▲ 정세홍 사회부

평소와 비슷한 목요일 아침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경찰서 분위기가 묘했다. 아니나 다를까 취재 과정에서 “큰일났다. 은행강도. 1억원”이라는 짤막한 정보를 입수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다. “요즘같은 세상에 은행강도가 어디 있다고… 설마 돈을 인출하다가 뺏긴건가? 아침부터 1억원은 왜 인출했지? 보이스피싱?” 혼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런데 은행에 복면을 쓴 강도가 찾아와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고에서 현금을 탈취해 가져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울산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상화폐(비트코인) 투자자가 아닐까?” “은행 직원과 짜고 친게 아닐까?” 등등 범행 동기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결국 강도는 6시간30분만에 경남 거제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강도는 지난해까지 울산의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다가 실직했다. 범행 동기는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였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취재과정에서 강도는 어딘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은행 직원을 포박하기 위해 사용한 청테이프는 혼자서 너무나 쉽게 풀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고, 1억여원을 강취한 강도가 본인 명의의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사용해 도망갔다고 하니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붙잡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도의 개인사정을 제대로 알 순 없지만, 단지 불쌍하다고 해서 범죄자를 용서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힘들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조선업체에서 일자리를 잃었던 40대 가장(자녀도 둘이나 있다고 한다)이 ‘은행 강도 범죄’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다른 건 차치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지른 강도의 상황이, 또 이 사건이 울산의 경기불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다.

정세홍 사회부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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