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주차대란은 이제 새삼스러운 단어가 아니다. 차량은 느는데 주차공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가 됐다. 그나마 인구에 비해 면적이 넓은 울산 울주군마저도 읍지역을 중심으로 주차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울주군은 지난주 ‘울주군 공영주차장 위탁운영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주차 정책의 변화를 모색했다. 무료로 운영 중인 기존 6개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전환 여부를 타진하고, 전환 시 가장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료화 전환의 명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선후도 맞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이 밝힌 유료화 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었다. 이에 따라 용역사는 각 공영주차장들의 현황과 수지분석을 실시한 뒤, 1·2급지로 단순화돼 있는 현행 급지구분을 다양화해 주차요금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후 울주군시설공단이 운영을 위탁받아 노하우를 쌓고, 무인화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흑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의 요금을 책정했을때 언제쯤 흑자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한 결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유료화 전환 시 이용률 저하로 발생하는 적자를 막기 위해 세금이 투입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수익성을 이유로 유료화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장기 주차로 인한 공영주차장의 사유화를 막는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러나 군은 물론 용역사도 장기주차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장기주차 차량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과연 유료화 전환의 명분이 될 만한 수치인지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절차 상의 하자도 눈에 띄었다. 군과 용역사는 유료화 전환을 추진하면서 정작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떤 형태의 조사나 논의도 실시하지 않았는데, 과연 급작스런 유료화 전환 시 발생할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지 의문이 들었다. 주민과 협의 없이 불고기단지 및 태화강대공원 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했다가 번복한 중구의 사례가 떠올랐다.

중구는 지난 2015년 11월 십리대밭 강변 공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했다가 불과 열흘 만에 다시 무료화시켰다. 당시 주민들은 충분한 사전 홍보와 주민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유료화를 결정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고, 일부 주민들은 다시 무료화로 돌아간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찬반 입장이 갈라져 갈등을 겪었다.

결국 군도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유료화 전환을 서두르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주차장 사유화와 이에 따른 불법주차 등이 맞물려 도로 소통에 지장이 발생하고 보행 안전이 위협받는 만큼 공영주차장 유료화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선진 주차문화 확립을 위해 주차장을 유료화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대다수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민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한 만큼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주차 인프라 확충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댈 곳이 없어 도로로 몰리는 차량을 단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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