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표류해 온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재추진되고 있다. 낡고 비좁은 시설로 이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중앙청과, 원예농협, 울산수협, 중앙수산, 울산건해산물 등 5개 법인간 이견에 떠밀려 방향조차 잡지 못한 터여서 새로운 재추진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앞서 거론됐던 추진계획을 전면 백지화, 사업의 필수조건인 ‘현대화 방안 용역’ 재추진을 통해 원점에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디 이번 만큼은 제대로 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울산광역시에 걸맞는 새로운 공영도매시장 탄생이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위원회’ 구성이 우선 추진된다. 새롭게 개정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현대화 사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시관계자, 농수산물 유통 전문가(학계, 연구기관), 유통시설 전문가(건축 분야)를 비롯해 도매시장 법인 등 유통 관계자 등이 참여, 시설현대화 사업 용역과 사업의 추진방향 설정, 사업추진 계획시 심의·평가, 사업추진상황 점검 등을 맡게 된다.

문제는 추진위 구성 사전단계인 도매시장 5개 법인과의 의견조율이다. 지난 2013년 8월 울산시가 도출한 용역이 법인들간 의견차로 지연되면서 무용지물이 된 것을 감안하면 사업성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내달 초 도매시장 5개 법인들과 중도매인들이 참여하는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추진 간담회’를 개최, 위원 선정방법 및 향후 추진사항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1990년 3월 울산 남구 삼산동 4만㎡의 부지에 지어진 지금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역 유일의 공영도매시장으로 내세우기에 많이 부족하다. 기본적인 냉·난방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건물은 노후화돼 안전상 문제가 심각한데다 판매장이 좁고, 주차장도 열악하다. 지역 최대 교통혼잡지역에 위치, 진·출입시 교통체증 유발 등의 많은 문제점까지 안고 있다. 또 도매시장 기능 약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과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울산도매시장 활성화 타당성 조사연구를 수행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01년부터 울산도매시장의 연평균 반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조속히 활성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금 울산도매시장의 청과물 1일 평균 거래 규모는 32개 공영도매시장 평균 거래량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14년 9만6004t, 2015년 9만4788t, 2016년 9만1518t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유통환경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뒤떨어진 공영도매시장의 현대화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금의 협소한 규모와 경매시스템으로는 농수산물 물류 및 유통 효율화를 향상시킬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영인울산시연합회 등 농업인·소비자단체에 따르면 울산의 연간 농수산물도매 물동량은 최소 6000억원을 넘고 있지만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처리되는 것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역농민들의 출하선택권이 제한받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또한 외지에서 들여오는 농수산물을 더 비싼 값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 울산시의 적극적인 추진의지와 낙후된 유통산업 발전에 동참하려는 도매법인들의 대의적 결단이 절실하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주인은 결코 상인만이 아닌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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