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원

울산시가 ‘글로벌 창조융합도시 울산’ 실현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5조2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첨단화, 융복합 신산업육성, 스마트 제조혁신, 4차 산업혁명 혁신기반 등의 4대 분야로 추진되는 이번 글로벌 창조융합도시 구축에 정작 여성근로자 육성과 노동력 향상을 위한 과제나 예산책정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가계경제의 붕괴와 위기상황에서 이를 타계하기 위한 여성들의 취업문제를 지금 수준의 여성인력개발센터 운영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우리는 여성인력활용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독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지난 1999년 국가차원에서 추진한 ‘21세기 정보사회에서의 혁신과 고용창출’ 프로그램에 양성동등화 정책을 결합시켜 정보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높이고 여성정보통신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독일 정부는 또한 여성의 기회균등을 교육 및 연구개발정책에서 주요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관련대책과 프로그램에 여성지원책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펼쳤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기간에 걸쳐 적극 지원한 독일은 결국 지난 2010년 <하이테크전략 2020>을 발표하고 여기에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전 세계 4차 산업혁명을 독일이 주도하고 그 이면에는 자국의 여성근로자가 당당히 떠받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조업을 비롯한 각종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의 활용으로 복잡하고 전문기술이 필요한 일을 쉽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이나 코딩 등의 기술만 익히면 일반인도 전문직 못지않은 업무수행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접근하면 새로운 일자리는 전문지식과 기술이 아니더라도 창의적 생각과 섬세하고 유연한 사고를 더 요구한다. 또한 근무지와 시간 제약이 적고 유연한 근로조건이 4차 산업경제구조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여성들이 4차 산업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여성이 4차 산업혁명에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성 평등의 토대 위에 모두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조와 문화, 정책과 의식을 함께 혁신해 가야 한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도시이미지가 강하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 성장의 궤를 지탱해 온 주력업종이 남성 노동력을 요구하는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여성은 자연스레 뒤로 한 발 물러난 형태로 도시가 발전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런 울산에도 최근 몇년 사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울산 중구가 자리잡고 있다. 중구는 지난 2016년 12월 울산지역 최초로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됐다. 남성위주 도시인 울산의 중심에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연말에는 중구청이 가족친화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여성과 가족, 나아가 양성평등 구현에 앞장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지위, 높아진 위상 등 기대심리와 달리 여전히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자료가 씁쓸함을 전한다. 지난해 통계청의 울산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은 2년 연속 감소세이고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가정내 있던 여성을 취업전선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문제는 여성 취업자의 대다수가 서비스업종으로 몰린다는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풀이해 보면 가장 역할을 해오던 남편의 실직으로 전문기술 없는 평범한 주부가 단순노동을 요하는 서비스업종으로 내몰리는 셈이며 결국 이 같은 현상은 현 경제여건과 맞물려 자칫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단순노동을 요구하는 서비스업종에서 여성 취업률을 높이고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해 나가더라도 가계소득의 부족분을 채워나가는데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여성이 보다 전문적이고 임금수준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갖도록 기회균등과 노동력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행정적 지원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이에 새롭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에 여성참여 유도다.

강혜순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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