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평창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열악한 환경의 한국 봅슬레이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는 기적을 이루어 내는 등 여러 가지 희소식으로 벌써 기대감에 들뜬다.

우리에게 좀 생소한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트랙을 내려오는 썰매 경기인데, 트랙은 구불구불한 곡선이다. 왜 그럴까.

스위스의 유명한 베르누이가의 쟝 베르누이는 1696년 수학 학술지에 “상·하로 떨어진 두 지점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경로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내었다. 소위 ‘최단강하곡선’ 문제로 최단강하는 그 경로가 최단 거리인 직선 경로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라는 것이 베르누이 자신과 라이프니찌, 뉴튼 등에 의해 밝혀졌다. 갈릴레이도 최단강하선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이클로이드의 각 지점에서는 중력가속도가 감소하는 정도가 직선보다 작아서 가속도에 의해서 속도가 점점 빨라지므로 도착 지점까지의 시간이 직선이나 다른 어떤 궤적 보다 빠르다.

이 신비한 곡선을 연구하며 파스칼은 치통을 잊었다는 일화가 있고, 사이클로이드는 그 아름다움이 ‘트로이의 헬렌’에 비유되어 ‘기하학의 헬렌’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롤러코스터에도 적용되는 이 사이클로이드를 보려면, 어두운 저녁에 자전거 바퀴의 한 지점에 발광 다이오드를 붙여 장시간 노출 촬영을 하면 된다.

사이클로이드 원리를 이용하여 썰매 경기장의 트랙을 곡선으로 하는데, 그 곡선의 구부러진 정도인 곡률에 따라 썰매의 가속도, 마찰력, 원심력, 공기의 저항 등이 결정된다. 따라서 환상적으로 빠른 속도와 더불어 안전이 보장되는 트랙을 만들기 위해서는 곡률이 중요한데, 이를 구하는 것에 수학이 있다.

독수리는 허공 위에 가만히 떠 있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가깝게 하강을 한다고 한다. ‘최단강하곡선’이라고 누가 증명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처음부터 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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