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꺾으며 관심 급상승
4강확정으로 ‘국민영웅’ 등극
정현 “결승까지 진출” 의지도

▲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4강에 진출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58위)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 남자단식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를 꺾은 뒤 기자회견에서 정현(58위·한국체대)은 ‘한국에서 팬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을 정도의 스타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지 않다. 아직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기장에서는 가끔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답한 정현에게 ‘여성 팬들의 연락이 많이 오지 않나’라는 질문까지 나왔고 정현은 역시 “아니다”라고 고개를 내저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에서 큰 인기도 없고, 선수 저변도 취약하다는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서 김연아, 박태환과 같은 ‘깜짝 천재’가 등장하면서 국내에도 이 종목의 ‘열성 팬’들이 생겨났다.

‘수영과 피겨에서 한국 선수가 세계 정상을 다투는 날이 오다니 믿을 수 없다’며 감격하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박태환과 김연아는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엔 테니스 차례다.

올해 22살인 정현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16강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라는 세계적인 선수를 물리치고,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4강까지 오르면서 ‘한국 테니스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라는 기분 좋은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정현이 지난 22일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국내 주요 신문 및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TV 중계를 지켜보는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벌써 정현을 ‘롤 모델’로 삼아 테니스를 시작하려는 ‘정현 키즈’들의 등장이 예상된다. 또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테니스에서 정현이 앞으로 10년 가까이 세계 정상을 놓고 다투게 되면 정현의 위상은 김연아, 박태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더욱이 정현이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위상은 더욱 올라간다.

정 선수는 24일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가보는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며 4강 이상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만 21살의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관련해서도 솔직히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정 선수는 “운동선수는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들키면 상대에게 기회를 주게 되는 만큼 모든 선수가 속마음을 숨긴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정 선수를 동행하는 사람들 일부는 결승 진출, 나아가 우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날 8강전에는 바짝 긴장한 모습도 드러냈다.

경기 직전 느닷없이 ‘사이렌’이 울려 경기가 잠시 중단되고 일부는 대피하려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으나 그런 사실을 잘 모르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튼튼한 허벅지가 외국 기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는 “따로 허벅지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시합을 많이 하고 있으며 시합이 최고의 훈련이라는 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괄목할 만한 성적에 관해 “한국의 주니어가 따라올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날 정 선수의 기자회견장에는 약 40명의 기자가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 선수는 이날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는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겨우 이겼다며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경기 마지막 게임에서 여유 있게 앞서나가 승리 세리머니를 생각했다가 잠시 고전을 했다며 “결국, 아무런 세리머니를 못했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불렀다.

한편, 이날 8강전을 치른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은 정 선수가 “환상적인 경기를 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