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vs 경험…화려한 백핸드 대결도 주목

 

30대 후반 접어드는 페더러
체력 아끼려 속전속결 경기
랠리 최대한 끌어야 유리해
최다우승의 노련한 상대와
관중 일방적 응원 부담으로
심리적 압박감 극복도 관건

‘차세대 황제’와 ‘현역 테니스 황제’가 드디어 코트에서 맞붙는다.

26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준결승 정현(58위·한국체대)과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의 경기는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빅 이벤트’다.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테니스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1981년생인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에서 19번 우승,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 호주오픈 2연패를 달성하면 사상 최초로 메이저 2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

2016년 윔블던을 마친 뒤 무릎 부상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마저 포기하자 주위에서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그의 나이를 고려해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2017년 1월 호주오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을 일궈내며 재기에 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윔블던마저 제패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에 맞서는 정현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96년생인 그는 21세 이하 선수 중 세계 랭킹이 높은 8명을 추려 치른 이 대회를 제패하며 ‘차세대 선두 주자’로 공인받았다.

공교롭게도 정현 역시 페더러처럼 2016년 하반기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해 5월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세계 랭킹 154위였던 캉탱 알리스(프랑스)에게 0대3으로 완패한 이후 부상 치료와 훈련을 이유로 4개월 이상 대회 출전을 중단한 것이다.

마침 페더러가 불참하기로 한 올림픽 출전권이 다음 예비 순번이었던 정현에게 넘어갔지만 정현은 올림픽 출전권마저 반납했다. 이 시기에 부상 치료와 자세 교정 등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다진 정현은 그 이후로 틈만 나면 “그 시기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할 정도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5경기를 치르면서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 모두 3대0 승리를 거둔 덕에 평균 경기 소요 시간은 1시간58분으로 2시간이 채 안 걸렸다. 가장 긴 시간 경기한 것이 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와 8강전으로 2시간 14분이 소요됐다. 이는 페더러의 ‘속전속결’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3구, 5구 정도에 승부를 끝내고, 일단 상대 서브 게임을 한 차례 브레이크해 우위를 점한 뒤로는 버릴 게임은 확실히 버리고 가는 경기 운영을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현이 페더러에게 맞서려면 최대한 랠리를 길게 끌고 가면서, 상대가 페더러라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도 떨쳐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둘의 경기에서는 화려한 백핸드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페더러는 투어에서 보기 드문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한다.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는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팬들을 매료하고 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정현 역시 주니어 시절부터 ‘백핸드는 일품’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번 대회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와 16강전에서도 백핸드 위너 수에서 17대4로 압도했다.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까지 올랐던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2)은 “지금 정현의 기세가 워낙 좋기 때문에 페더러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기 기량을 발휘하면 정현으로서도 해볼 만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현과 페더러가 맞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이 지금까지 물리친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상대는 이번 대회 3회전의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다.

현역 세계 1위와 맞대결은 2016년 호주오픈 1회전 조코비치, 지난해 파리 마스터스 2회전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 등 두 차례가 있었고 모두 정현이 패했다. 정현은 또 남자 테니스 ‘빅4’로 불리는 선수들과는 지금까지 네 번 만나 1승 3패를 기록했다. 나달에게는 2전 전패, 조코비치와 1승 1패의 성적을 냈고 앤디 머리(19위·영국)와는 아직 상대한 적이 없다.

한편 미국 ESPN은 25일(한국시간) 정현과 로저 페더러(37·스위스)의 호주오픈 준결승을 조명하며 ‘정현이 극복해야 할 것’을 짚었다.

ESPN은 “정현이 수세에 몰렸다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모습은 점점 치밀해지고 안정감을 보인다. 네트 플레이를 더 자주 펼치며 체력을 아끼는 방법도 터득한 것 같다”며 “근육질의 정현은 상대적으로 빨리 체력을 회복한다”고 정현의 장점을 나열했다.

단점은 역시 ‘경험’이다. ESPN은 “호주오픈 같은 메이저대회에서는 더 높은 곳을 향할수록 경험이 변수가 되곤 한다”고 운을 뗐다.

ESPN은 “이번 대회 전까지 정현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3라운드였다. 준결승전은 정현에게 모든 것이 새롭다”고 준결승전에서 느낄 압박감을 경고했다. 이어 “페더러와도 처음 맞붙는다. 정현은 페더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관중의 목소리와 페더러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모두 낯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