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현대자동차도 앞 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트랜스포메이션&턴어라운드’ 부문을 이끌고 있는 레스테 대표의 경고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현대자동차의 2017년 영업실적 보고 때문이다. 레스테 대표는 “강한 기업일수록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한발 앞선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며 지금 잘 나가는 한국 기업도 1~2년내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거대한 전환의 분수령에 서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차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과의 협업강화 △사업추진 방식 변화 △서비스업으로 사업모델 확장 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로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정상적인 공장 생산 방식과 제조 현장의 합리적인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파업’을 일상으로 여기고 있는 강성노조가 득세하는 현대차의 현실에서는 의문부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선제적 혁신’을 위해서는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 경영의 유연성 확보라는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현대차는 25일 2017년 연간 경영실적 보고에서 영업이익 4조5747억원을 기록, 전년 5조1940원보다 11.9%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0년 회계기준 변경 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영업이익 기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현대차가 기록한 영업이익 3조72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매출액은 매년 성장을 이어가며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영업이익이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영업이익률도 4%대로 떨어져 6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현대차는 올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장기화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현대차는 양적 성장에 치중하기 보다는 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미래 핵심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착실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노조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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