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3집 ‘3’ 발표한 가수 조정치
달달한 노래부터 이별 노래까지
9명의 여성 뮤지션 목소리 담아

 

뮤지션 조정치(40·사진)는 반평생 음악만 한 베테랑이다. 스무살 무렵부터 가수들의 공연에서 세션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썼다. 2010년대 들어서는 가수 윤종신의 이른바 ‘음악노예’로 불리며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대부분의 앨범에 편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6일 5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정규 3집 ‘3’을 낸 조정치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3’은 조정치가 10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둔 곡에 내로라하는 여성뮤지션 9명의 목소리를 입힌 앨범이다.

배우자인 정인을 비롯해 강이채, 김그림, 키니케이, 사비나 앤 드론즈, 프롬, 레이디제인, 선우정아, 연진이 힘을 보탰다.

조정치는 “노래마다 가장 잘 맞는 가수를 섭외하고 싶었다. 겁 많고 남에게 부탁을 잘 못 하는 성격인데, 한 분도 거절하지 않고 응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친한 사이는 김그림과 레이디제인 뿐이었다”며 “일면식이 없는 사비나 앤 드론즈 씨와 강이채 씨에게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나머지 가수들은 지인을 통해 건너건너 섭외 연락을 돌렸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수록곡의 스펙트럼은 넓다. ‘사랑가’ ‘연애의 맛’ ‘키스 잘하는 법’처럼 달달한 노래부터 ‘헤어져서 좋은 일들’ ‘이혼’ 등 관계의 종말을 고하는 노래까지.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사랑이라기보다 인간관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듣기 편안하다.

조정치 2집 ‘유작’은 타이틀부터 어둡고 묵직했지만 ‘3’은 귀에 거슬리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조정치는 변화의 이유로 ‘나이 듦’을 꼽았다.

“예전에는 음악의 원천이 우울한 정서였던 것 같아요. 사물을 다 부정적으로 보고 최악부터 생각했죠. 그런데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으면서 너그러워지고 편해졌어요. ‘유작’ 때 했던 그런 얘기는 그만하고 싶어졌죠.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음악에 나 자신을 담는 데 의미를 두지 않고 음악적 재미를 찾는 데 집중하게 됐어요.”

그는 음악적 목표를 묻자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씁쓸한 기억이 있다. 정인이 부른 2012년 ‘월간 윤종신’ 6월호 ‘오르막길’을 작업할 때다. 당시 결과물에서 기타 솔로 부분의 음정이 좋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넘어갔다. 두고두고 후회됐다.

조정치는 “끝까지 붙들고 가야 하는데 어느 순간 지쳐서 잘 못 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 노래든,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작업하든 타협하지 않는 게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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