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안전점검이니 뭐다 해서 또 한바탕 호들갑 떨고 말겠죠. 제천 화재 참사 뒤 그랬던 것처럼 우르르 몰려 와서는 소화기 비치 여부를 확인하고, 경보설비 몇번 울려본 뒤 비상통로에 적재물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서는 몇몇 지적사항에 주의를 주거나 과태료를 매기겠죠.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채 말입니다.” 38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소식을 접한 한 다중집합 건물주의 말이다. 참사 뒤 근본대책 운운하며 국민의 안전한 삶을 약속했다가도 시간만 지나면 결국은 원점을 맴도는 정부와 시·군·구의 안전행정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다. “최근의 연이은 화재에서 화염보다는 연기에 의한 유독가스가 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스티로폼 단열재로 뒤덮인 건축물에 대한 근본대책없이 형식적인 시설점검만 한다는게 얼마나 웃깁니까”라는 말에서는 우리의 안전정책과 행정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게 한다.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대부분의 건물에 시공된 스티로폼 단열재 문제만 해도 그렇다. 효율성에 밀려 소방안전을 간과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만큼 화재에 취약, 대형 참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보완대책을 비롯한 개선 의지는 정부·지자체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건물주 스스로도 막대한 비용때문에 문제해결에 나설리는 만무하기에 걱정만 더해진다. 충북 제천 화재참사때 문제가 됐던 필로티 구조 건물과 드라이비트 시공도 마찬가지다. 합법안에 방치된 불씨와도 같지만 언제 제거될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같은 대형화재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들이 얼마나 합법이라는 이름아래 방치되고 있는지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영문도 모른채 수많은 참사의 위험을 안고 살아 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종병원 건물 1층은 벽 없이 기둥으로 지탱하는 필로티 구조다. 응급실 1층 천장에서 난 불이 단열재인 스티로폼 등을 태우면서 유독가스가 대거 발생했다. 불과 연기는 중앙 계단 등을 통해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졌다. 지난달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때도 필로티 구조 건물 1층에서 난 불과 유독가스가 건물 위로 타고 올라가 인명피해가 컸다. 세종병원은 또 스프링클러나 옥내소화전도 갖추지 않았다. 소방법상 의무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울산지역의 병원도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화재 발생시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할 수 있지만 소방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소방안전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려는 노력과 대책마련을 위한 행정의 신속·과감한 결단이 절실해 보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