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과거 버리고 변화의 물결타며
운명 거부말고 인식·지식도 받아들여
선택·집중의 자세로 변화에 대응해야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누구나 연초에는 지난해를 돌이켜 보며 새해 결심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눈앞에 닥친 일에만 골몰하다가 정초의 결심이 흐지부지되어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수년 간의 노력으로 체중과 혈압, 체지방 등은 다행히 표준이나 금연과 혈당관리는 또 ‘이월 목표’가 되고 말았다. 금연과 절주는 습관만 고치면 되는 작은 일 인줄 알았는데 올해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 새해의 큰 일로 받아들여야겠다. 이제 더 이상 그날 그날의 익숙함에만 젖어있지 말고 습관을 고쳐 소중한 건강과 미래의 삶을 함께 챙겨야 하겠다.

‘백세인생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것도 새해 화두이다. 지난 주말에는 새해 결심을 핑계 삼아 모처럼 동해안을 찾았다. 정동진 부채길을 걷고 강릉의 경포대에 오르던 중에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큰 비석 앞에서 끌린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중근 의사의 옥중 유묵 중의 하나로 ‘사람은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논어에도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사람이 멀리 생각함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이 근심이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소동파가 이를 해석하기를 ‘생각이 천리 밖에 있지 않으면 환난이 눈앞에 닥친다’라고 하였다니 큰일을 이루려면 멀리 바라보아야 하고 장래에 걱정이 없으려면 앞날을 미리 헤아려야 한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새해 화두를 찾아 나선 길에 좋은 글귀를 가슴에 담고 경포해변을 걸으면서 내일의 삶처럼 넘실대며 다가오는 푸른 파도와 먼 미래와 같은 수평선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세상의 변화가 무섭게 느껴지는 요즘,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며칠 전 ‘공유경제와 블록체인’에 대한 특강을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블록체인이란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함으로써 해킹을 막는 기술로 가상화폐와는 다른 개념이라 한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 등 장부가 분산돼 있고 위·변조가 어려우므로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끼리 직접 거래가 가능하며 거래 과정이 단순하고 시간을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은 물론 물류와 상품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폭 넓게 적용될 전망이라 하니 놀라운 일이다. 변화에 놀랄 일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읽어 함께 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공유경제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 등을 소유하지 않고 함께 나눠 쓰는 사회적 경제 모델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터넷, 스마트폰 등 ICT를 통해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라 한다. 쉬운 예로 쉐어링, 물물교환, 협력적 커뮤니티 등을 들 수 있는데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과소비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자는 인식이 SNS서비스와 인터넷 등 IT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이미 상업화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소유에서 공유로 바뀐다하니 소비행태는 물론 생활의 방식과 삶의 질 또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세상이 달라지는 만큼 먼저 인식과 지식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운명은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가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 간다’라 하였으니 과거의 익숙함을 버리고 미래의 소중한 것을 미리 챙기며 변화하는 물결의 리듬을 읽어 함께 몸을 싣는 지혜가 필요한 오늘이다. 언제나처럼 새해의 화두는 여전히 변화에 대응하는 선택과 집중의 자세이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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