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와 철저한 세금부과 등
예외없는 가상화폐 정책 추진으로
노력만큼 성공하는 세상 만들어야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 교장

가상화폐에 관한 여러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몇 가지 원인에 의해서다. 첫번째는 세계 경제를 배후 조종하는 대자본가나 상당한 수의 자본 축적가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굉장히 애매한,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모두 확실한 상승세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 속에서 누군가 머리 좋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미래세계를 보여 주는듯한 희망의 단초로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계에서도 인터넷 은행의 등장으로 상당한 자금이 빠져 나가고, 거래 유통되는 것을 본 발 빠른 미래 지향적 사람들은 이 가상화폐 역시 곧 다가올 미래로 확신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은 섣부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블록체인이라는 미래기술에 의해 절대 뚫리지 않는 보안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즉 아직은 소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진 위험성이 그것이다. 얼마전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자본금의 30%이상을 잠식당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뛰는 경찰 위에 나는 도둑놈’ 있듯이 아직은 해킹으로 인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의 심각성과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루에 수백억원 이상의 자본이 이동하는 통로를 알고 있었으면서 일정 부분 방치 혹은 방조한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초동대책이 누출돼 관계된 금융감독원 직원이 자신의 가상화폐를 팔아 이익을 챙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 많은 피해자를 이미 낳은 상황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칫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으로 흐를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큰 고기는 다 놓쳐 버리고 뒤늦게 꽁짓돈 늘려보자고 꿈을 꾼 일반 소액투자가들만 피해자로 전락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전체 거래소를 폐쇄하고 가상화폐 자체를 완전히 말살시키려니 말대로 쉽지 않고 투자자들은 거래소 자체를 국내가 아닌 국외로 옮겨 가겠다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가 가상화폐에 손을 댄 이유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를 나름대로 유추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가상화폐라는 것이 자칫 자본가나 검은 돈의 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재산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기본원칙을 너무나 쉽게 피해가는 큰 통로가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두번째는 운영체계나 수익구조가 주식처럼 본인의 의지에 의해 사고 팔고를 하고, 그 이익이나 피해를 오롯이 스스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곳에서는 네트워크식으로 수당을 풀어주는 구조로 돼 있다. 현재 국내엔 약 4만여개의 네트워크 회사가 있고, 그 중 직판과 특판 공제조합에 등록된 합법적인 회사는 약 130여개에 불과하다. 현물과 실체가 있는 네크워크 회사들도 불법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구제 받을 길이 없는데,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야 오죽하겠는가. 말 그대로 ‘불법 유사수신 행위’에 불과하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는 대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그것은 실명제와 소득세 부과다. 옳은 말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실명제를 통해 지하자금을 양성화시켰듯이 현 정부 역시 실명제를 대책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 또 다른 대책으로 고액의 무기명 채권을 발행, 완전한 실명제의 실현을 스스로 포기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예외없는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 소득세 부과 역시 부당하고 과도한 수익에 대해 철저하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3년전 쯤 한 지인이 필자에게 가상화폐에 대해 이야기 하며 투자를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나는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것보다 조금 더 이익이 생기는 것이 좋지, 갑자기 과도한 이익은 내 수명을 더 단축시킬거야 그래서 그건 거절이네”라고 말했다. 그렇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좋지 로또보다 더 무서운 돈 폭탄에 눌려 살아서야 되겠는가. 벌든 손해 보든 그것은 모두 죄악이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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