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일 울산대 인문대학 교수 전 SK에너지 화학생산본부장(전무)

어느 유명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미국 유학시절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때 같은 클래스에서 그 교수가 수학성적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고3 수준의 수학실력은 단연 한국학생이 우위에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이 교수의 수학실력이 최하위 그룹에서 맴돌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 교수가 들려준 얘기는 참으로 우리의 교육방법이나 교육체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미국학생들은 수학을 접하면서 한국학생들처럼 공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식의 원리를 깨우치고 터득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무리 응용이 되어 출제되더라도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는데 비해 한국학생들은 공식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그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너무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젊은후세들에게 가르쳐 줘야할 인생도 같은 이치인것 같다. 다양하게 변하는 환경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단순히 스펙을 쌓고 학교성적만 높이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수학에서 공식을 외워서 풀어나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저차원 방정식이 아니라 아주 고차원의 수학문제를 풀어나가듯이 다양한 변수가 숨어있는데 이 험난한 인생을 헤쳐나가는데는 우리 의식의 근육을 튼튼히 하지않으면 도저히 풀어나가기가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그러자면 의식의 근육을 어떻게 강화시킬것인가? 우리의 교육체계가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한국코치협회인증전문코치(KPC)로서 질문을 통해 피코치들의 의식의 근육이 강화되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던터라 의식세계에서만 해답을 찾으려는 사고를 벗어나서 무한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무의식세계를 터치함으로써 ‘잠자는 사자를 깨워주는 방식’의 코칭스타일의 교육이 참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인구의 3%도 안되는 유대인이 노벨상에서는 거의 30%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유대인교육에 대한 시사점이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교육방법 중 널리 알려져있는 바와같이 하브루타 교육방식이 있다. 그 본질은 한 주제에 대해 서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이다. 질문을 받았을때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이 있을테고 답변을 위해서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의식의 근육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을 통해 유대인학생들은 의식에 대한 폭이 상당히 넓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인생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 나갈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 코치가 지은 책에서 코칭(Coaching)을 마중물로 표현한 부분을 보고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에는 마당에 펌프가 있어서 지하수를 퍼올려서 식수나 세숫물로도 사용하곤 하였는데, 펌프를 사용하다가 그냥두면 공기가 들어가서 지하수가 아무리 풍부해도 펌핑이 안되는 것이다. 이때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부어줌으로서 비로소 펌핑이 되어 지하수가 시원하게 올라오는것을 알 수 있듯이 코칭이란 인간내면의 잠재력을 퍼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보면되겠다. 코칭의 구성은 크게 질문과 경청으로 나누는데 어떻게 질문과 경청만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가를 의심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미국의 어느 골프워크샵에 참석했던 사람이 말하기를 일주일의 워크샵 기간중에 필드에 나간 것은 2일뿐이었는데, 필드에서 코치가 특별한 지도는 하지 않고 매샷을 날릴때마다 와서하는 질문이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평가한다면 지금 샷은 10점만점에 몇점 정도일것 같은가요?” “어느 순간까지 볼을 보고 있었나요?”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의 샷과 지금의 샷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가요?”라는 식의 질문만 하고 갔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시각과 감각을 익히게 되어 너무 좋은 워크샵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제 학교도 기업도 가르침, 지시일변도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무한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코칭’을 도입해 봄이 어떨지 제안해본다.

이상일 울산대 인문대학 교수 전 SK에너지 화학생산본부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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