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작물 냉해로 공급 감소
하우스작물 난방비 영향 탓
애호박·오이 등 30% 이상 ↑
수산물도 출하 줄어 값 올라

▲ 겨울한파에 채소값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29일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 채소 가게에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창균기자 photo@ksilbo.co.kr

“설이 다가오는데 벌써부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걱정이네요”

29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을 찾은 50대 주부 김모씨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왔는데, 너무 비싸 돼지고기와 필요한 몇 가지만 사기로 했다. 명절이 얼마 안 남았는데 대목 전부터 물가가 많이 올라 걱정이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주부도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명절에는 가족들도 많이 모여 조금씩이라도 음식을 해야하는데, 시장에 나와보면 가격이 너무 올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설 명절을 2주 가량 앞두고 최근 연이은 한파로 채소류를 중심으로 식탁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한낮에도 영하를 밑도는 강추위가 열흘넘게 이어지면서 노지 재배 채소는 냉해로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부추·애호박 등 하우스 재배 채소는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크게 오르면서 채소값이 연이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남구 신정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강지영(여·47)씨는 “마늘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난해 말 김장철부터 가뭄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이 전년대비 안정세를 보였다”면서 “올해 설에는 물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던 한파로 2주 사이에만 채소가격이 최소 30%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애호박, 오이 등 겨울철 하우스 재배를 하는 채소류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개당 1000원 선에 판매되던 애호박은 이날 2000원~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채소 경락가격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쥬키니호박(10㎏)은 지난해 1만3920원에서 2만1269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고, 가시오이(10㎏)도 지난해 3만5879원에서 올해 4만8128원으로 34.1%나 올랐다.

채소류뿐만 아니라 고등어·갈치·오징어 등 수산물도 최근 한파와 강한 바람이 겹치면서 조업 난항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 값이 30% 넘게 올랐다. 신정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하동현(50)씨는 “경기도 얼어붙었는데 생선값이 많이 올라 장사가 영 시원찮다”면서 “고등어, 갈치 등을 사러 왔던 주부들도 가격을 묻고는 혀를 내두르며 돌아선다”고 말했다.

설 명절 제수용품으로 많이 쓰는 생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부들의 명절 차례상 부담이 커지게 됐다.

통상 명절 대목을 앞두고는 채소·육류·생선 등 식탁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데, 설을 2주 남짓 앞두고 벌써부터 물가가 들썩이자 상인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신정시장의 한 상인은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직원을 정리하고 가족끼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소비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물가가 올라 소비자들은 물론 상인들도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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