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 못벗어나면 인재등장 요원
준비된 인재를 활용하는 토양 구축
새인물에서 창의적 생각 받아들여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분명 ‘쌍방과실(雙方過失)’이긴 하다. 울산지역에 인재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인재를 구하려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부실했기 때문이고, 둘째 인재들이 지역사회 참여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지역사회의 배타성에 더 큰 책임을 물을 수 있겠으나 어느 일방(一方)의 전적인 잘못이 아님은 분명하다. 울산이 광역시가 된지 20년이 지났다. 인구는 120만에 육박했다. 그러나 여전히 울산을 움직이는 인물은 광역시 이전이나 광역시 초기 그대로다. 인재풀이 새로워지고 넓어진 것이 확실한데, 이상하게도 여전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울산의 인재풀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수십 년간 울산의 대표적 인재풀에 다름없던 울산대학교는 개교 48주년·종합대학 승격 23주년을 맞아 교수진의 물갈이 폭이 엄청 커졌다. 45년 역사의 울산과학대도 마찬가지다. 춘해보건대가 울산으로 옮겨온 지도 20년이다. 10년 전부터 혁신도시에 공기업 10개가 차례로 입주하고 있다. UNIST도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1989년 37명으로 출범한 울산지방변호사회의 회원수도 193명에 이른다. 의사회 회원은 1657명이나 된다. 진학 등을 이유로 외지로 나갔다가 고향으로 되돌아온 인재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어엿하게 제몫을 하는 장년층이 됐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발굴해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박약했고, 스스로 역할을 찾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도 소홀했음이 분명하다.

지난 24~26일 제주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비전회의가 열렸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대학교수 중심으로 350여명이 참석해 9개 세션으로 나눠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참석자 중에 울산지역 교수나 울산시 공무원은 한명 없었다.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결코 유쾌한 일도 아니다. 전국에서 350명이 참석해 지역균형발전을 토론하는 자리라면 주최측이 일부러라도 지역적 분배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렇지 않더라도 울산사람 한두명은 자연스럽게 들어갔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물론 정부 요직에 울산사람들이 안 보이는 것처럼, 이것도 ‘울산 홀대’인가. 슬며시 의구심이 든다.

지방선거가 134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선거에서 울산지역 유권자가 뽑아야 할 인물은 모두 80명이다. 지역언론들은 후보가 최대 600명까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당=경쟁난, 야당=인물난’이라는데 울산은 ‘정당난’이다.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낮아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치고 올라오면서 두 정당의 접전 속 후보난립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통합논의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적지만 일정정도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울산이 중앙당이나 다름없는 정의당과 민중당, 노동당도 지역에 따라 모두 무시할 수 없는 득표력을 갖고 있다. 2~3개 정당이 싸우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울산은 6개 정당의 난타전이다. 문제는 정당만 화려할 뿐, 후보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당난’은 결국 ‘인물난’으로 귀결된다. 우선 드러난 각 정당의 단체장 후보군을 보면 거의 ‘역전(歷戰)의 용사’들이다. 지난 4년 동안 울산의 정가는 뭘 했는가.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행정, 문화 모든 분야에서 인재를 불러내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익숙한 사람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정해진 길로만 달리는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인재의 등장은 요원하다. 변화가 절실한 울산이다.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창의적 생각을 받아들여야만 울산이 변한다. 김용택 시인은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고 했다. 준비된 인재는 없지 않다. 다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가 문제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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