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과 이들의 생각
개개인의 행동들이 모아지면
규칙을 가진 일정한 패턴 이뤄

▲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새해 인사와 다짐 속에서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새, 2월을 맞게 됐다. 평범한 시민들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별로 달라지는 게 없지만 그래도 한 해가 바뀌는 시간의 매듭에는 모두 각별한 의미와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지낸다. 10여일 후로 다가 온 평창올림픽, 6월에 있을 지방선거라는 대사를 훌륭히 치러내야 할 올해, 모두의 삶이 전년보다 나아지기를 소망한다.

매년 지난 한 해의 마케팅트렌드를 정리하고, 새해의 마케팅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을 발간해 온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지난 연말에 눈여겨 볼만한 트렌드를 제시했다. 특히 이번에는 시리즈북이 10주년을 맞은 기념으로 지난 10여년의 메가트렌드를 같이 제시해 더 눈길을 끈다. 메가트렌드에는 과시에서 가치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능동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 신뢰를 찾아서, 공유경제로의 진화 등의 9가지가 들어 있다. 2018 트렌드에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플라시보 소비),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만물의 서비스화(서비스 디자인),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자존감) 등의 10가지가 제시됐다.

트렌드라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늘 변하는 것이라서 1년 또는 10년 단위로 묶어서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얼마나 유용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불확실한 시대에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짚어주는 내용들을 보면서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구나 하는 감을 잡게 해주니 고마운 일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런 트렌드를 일일이 의식하면서 살지 않고, 어렴풋한 느낌 속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맞춰 생활할 뿐이다.

시민들의 소비와 의식은 물론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개개인의 소비행위는 별개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취한 행위들이 합쳐져서 일정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패턴을 이루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복잡계 현상을 ‘사회 물리학’ 관점에서 연구해온 마크 뷰캐넌은 <사회적 원자>라는 저서에서 자기조직화 형태로 표현되는 생명현상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숨겨져 있는 패턴의 분석을 시도한다. 뷰캐넌은 인간 개개인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지만 행동이 집합적으로 모아지면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고 규칙을 가진 현상이 되는데 이를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원자 세계를 물리학으로 설명하듯이 인간을 하나의 원자로 보고 인간 세계의 복잡한 현상도 명쾌하게 설명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컴퓨터의 연산능력에 힘입어 시뮬레이션 실험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인종주의가 없는데도 공동체가 인종 집단으로 저절로 쪼개지고, 문명국가에서 사람들이 이웃과 친구를 흉내내는 것만으로 출생률이 떨어지고,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이타주의가 차갑고 야수적인 집단 경쟁에서 나오고, 강력한 국가는 언제나 부유한 소수와 가난한 다수로 나누어지는 현상들이 모두 사회 물리학적으로 일정한 규칙 속에서 나온 현상들이다. 이런 현상은 위대한 지도자나 사악한 미치광이 등의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행동한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사회 물리학적 설명이다.

사람은 펭귄들이 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서로 모방하고, 자기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배운다. 언제나 학습하고 적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풀고, 서로 돕는 것을 배운다. 뷰캐넌이 사회 물리학적 접근을 통해서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결속하고 복잡한 연결망을 구축해서 집단을 부분의 합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이나 열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이 풍부함은 어느 한 개인의 풍부함 덕분이라고 할 수 없으며, 평범한 사람들과 이들의 생각, 그리고 이들의 작용과 반작용의 어울림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이 자존감을 가지고 소신있게 처신하면 그것이 다른 사람의 모방과 되먹임, 창발과 나비 효과를 낳는다. 평창올림픽을 남북 평화 교류의 물꼬로 삼기를 바라는 시민, 밀양 화재 현장에서 목숨 걸고 구조에 나선 평범한 시민들의 힘이 패턴으로 드러나길 기대한다.

이근용 와이즈유(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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