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20대에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30대에 1000억 엔의 사업 자금을 마련한다. 40대엔 승부수를 던지고 50대에 사업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 재일교포 3세. 고등학교 1학년 자퇴를 하고 홀로 미국으로 건너온 열아홉 청년은 이렇게 다짐한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짓말처럼 이 청년의 삶은 그가 열아홉에 다짐한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회장이자 IT업계 투자의 귀재 손정의. 단돈 1000만엔(약 9800만 원)으로 에어컨도 없는 비좁은 사무실에서 2명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소프트뱅크를 창업했을 때 그의 미래 계획에 대해 모두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다. 심지어 2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손정의가 사과 박스 위에 올라가 “우리 회사를 30년 후 조 단위의 매출액을 이루도록 합시다”라는 그의 연설에 이상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일주일 만에 사표를 써버렸다.

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 꿈을 꾼다. 하지만 자라나면서 자신의 꿈이 뭐였는지 조차 생각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손정의는 열아홉 때 세운 목표를 가슴에 새기며 자신이 목표한 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과 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손정의를 내세운다. 학창시절 나 스스로도 그에 대한 책을 읽으며 더 넓은 세계를 꿈꾸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자신과는 다른 사람,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어린 시절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하나만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실감각을 너무나도 빨리 깨우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대한민국을 들었다놓았다하는 비트코인열풍이 씁쓸하기만 하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가상화폐중 하나다.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로 한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엔화, 원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개발됐다. 그런 비트코인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금지여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 자체나 가상화폐에 있는 블록체인기술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비트코인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처럼 그 내재된 가치가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과 대학생, 심지어 중·고생들까지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로또광풍이 몰아쳤던 것처럼 말이다.

교육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시민으로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이 비트코인 광풍이 부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사회시스템이, 나아가 교육시스템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지 못했을 수도 있고 교육을 통한 계층 간의 사다리가 무너진 결과 일수도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행복한 아이, 꿈과 끼를 키우는 아이, 희망과 감동, 열의에 가득한 아이들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 아이들의 꿈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비트코인보다 더 밝고 빛나기에.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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