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사업의 질적 성장
형평성 있는 지원체계를 통해
정서적 경제적 자립 지원 필요

▲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 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 협회장

실버 카에 의지한 어르신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를 위해 기관을 방문했다. 푸념처럼 늘어놓는 이런저런 사연의 요지는 자식들이 있어도 용돈 달라, 생활비 달라, 말하기가 그러니 노인일자리사업 신청서를 작성해 달라는 말씀이다. 그것도 활동비가 높은 사업단 신청을 원한다. 보행조차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이 자식이나 공적사회부조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용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다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 조심스럽기도 하다.

한때 이 나라 경제 부흥과 후세의 안정적 삶을 위해 헌신했을 어르신들이 점점 경제적 소외계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라는 걱정스런 통계를 현장에서 매일 체감하게 된다. 연간 1000여명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어르신들의 갖가지 가정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는 일도 다반사라 올해 사업 시작 시점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지난해 중앙정부의 갑작스런 활동비 인상으로, 기관 내 각 사업단 대상의 17차례에 걸친 단체간담회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사업유형별 차등지원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가 보다. “활동비가 올랐으니 폭신한 내복 한 벌 사야겠다”며 함박 웃음 지으며 활동비 인상을 반기는 분이 있는가 하면 “우리 노인들 먹고 살라고 27만원 지원한다며 신문에 났는데 왜 안주느냐”는 항의가 이어지기도 하고, “옆집 할매는 27만원 받는데 나는 왜 22만원이냐, 내 돈 5만원 어디 갔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분도 있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노인일자리 활동비 40만원 인상안을 공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공익형 활동비 21% 인상에 이어 올해 시장형 활동비도 5%가 인상됐다. 오래 미루어온 활동비 인상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차등지원으로 인한 시장형 사업의 위축과, 균형적 성장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익형 사업이 단순한 사회참여(거리환경개선, 노~노 케어 등 사회 공익적 활동) 기회제공인 것에 비해 시장형 사업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공동작업장, 소규모공동체창업) 제공과 보충적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공적재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상이한 지원체계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시장형 활동비가 노인의 가계생활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또 다른 정부재원의 지급 대상자로 이탈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참여자 간 상이한 지원체계로 인한 분열과 불신이 더는 확대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인인구가 생산가능 인구를 앞질렀다. 적절한 활동을 통한 노인의 정서적 경제적 자립지원은 노인복지완성의 견인차 역할이 될 중요한 정책이다. 특히 공익형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하는 시장형 사업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보충적 경제활동이 가정경제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열악했던 시장형 사업예산에 비해 공익형 사업예산이 더 높이 증액된 것에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사정이 있었다지만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정책이 노인상호간 갈등요인으로 비화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생의 주기가 길어진 노인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남은 삶을 당당하게 지키고 싶어 한다.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다. 시장형 참여 노인들이 위축되지 않을 제도적 여건마련과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성장이 될 형평성있는 지원체계를 기대해 본다.

손경숙 울산중구시니어클럽 관장 전 한국시니어클럽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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