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채희의 아름다운 가무는 계속되었다.

나라세운 수로왕님 십왕자의 허황후님

가락국가 세운 은혜 이 차 한 잔 올립니다

합장하고 비옵니다 가야사람 복받으소

잘못한 일 점지하소

채희는 마지막에 하지왕에게 합장하며 사뿐히 춤사위를 거두었다.

하지왕이 감탄하며 말했다.

“차중에 으뜸인 가야차 맛에 잘 어울리는 가무구나.”

“고맙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가야에 전해 내려오는 차 민요입니다.”

“자, 너도 한 사발 마시거라.”

“황송하옵니다.”

채희는 사발을 들고 하지왕에게 바짝 다가가 차를 받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마마께서 위험하십니다.”

방금 전 춤사위를 보일 때와는 전혀 상반된 긴장된 얼굴이었다.

“내가 위험하다는 것인가?”

“군 대장이 내일 연회 때 마마를 해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부러 마마의 침실 시중을 자청한 것입니다.”

하지왕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시 군장령 강고내가 나의 목을 베어 신라장군 석달곤에게 바치려는 것일 게다. 건길지 한기는 이를 알고 있는가?”

“한기님은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강고내를 비롯한 신하들이 강청하여 마지못해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길지마저. 헌데 너는 어찌 이 일을 나에게 알리느냐?”

“저희 아버지는 우시산국 달천철장의 풀무대장이었습니다. 마마의 외할아버지인 박판수님의 밑에서 쇠둑부리 일을 했습니다.”

“하, 그런 인연이.”

채희의 아버지는 우시산국 달천에서 대대로 철장 일을 한 쇠부리공가였다. 그런데 골편수인 박판수가 다다라국 야로 철장에서 선진적인 철장 일을 배워와 달천 철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골구멍을 획기적으로 늘여 쇳물을 하루 열 관을 빼던 쇠둑부리를 백 관을 빼게 했고, 무쇠부질로 철정의 순도와 강도를 높였다. 골편수의 일을 가장 잘 알고 도운 이가 바로 풀무대장인 채희의 아버지였다. 여가전쟁 때 금관가야를 비롯한 가야연맹체의 침입으로 우시산국의 달천 철장은 가야의 수중에 떨어졌다. 가야군에 저항하던 채희의 아버지 풀무대장은 가야 병사의 칼에 목숨을 잃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우시산국: 우시산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경상북도 영해설과 울산설이 있으며, 울산지역 중에서도 울주 우화현(于火縣)으로 보고 이를 울주군 웅촌면과 웅남면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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