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유행하는 독감과 같은 질병의 유행은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가 사람을 감염시키고 감염된 사람의 면역이 낮을 때 발생한다. 지역사회에서 유행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집단면역이 낮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우울증의 집단면역이 약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우리사회의 풍토가 우울증이 쉽게 걸릴 수 있게 우울증에 대한 사람들의 면역력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개인에게 끝없는 헌신을 요구하다 못해 소진을 요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역시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상 1등이 아닌 2등은 인정해주지 않는다. 조직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한계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며 경직되고, 의사소통이 부족한 조직체계 속에서 개인이 이러한 요구를 부당하다가 말하지 못하고 지쳐 떨어질 때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SNS의 유행과 더불어 누군가는 명품 옷을 입으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며 해외여행을 가는데 나는 왜 이럴까?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이후에는 좌절과 우울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을 권하는 세상이다.

필자가 최근 진료현장에서 보면 우울증으로 오는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환자들은 자신이 처음에는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느끼지 못하다가 의욕이 저하되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여러 증상을 경험한 이후에 병원에 내원하게 된다. 이런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보이는 공통점 중 하나가 자기 돌봄의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 단 30분도 자신을 위해 쓰고 있지 못하는 학생, 주부, 직장인을 진료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햇빛을 씌워주는 30분의 시간마저 없어진 것이다. 자기 돌봄이 거창한 일이 결코 아니다. 자기돌봄은 오히려 일상적이고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누군가와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평소 배워보고 싶었지만 주저 하였던 새로운 취미를 과감히 시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상적인 자기돌봄의 시간이 당신을 회복시키고 감정적 위험에서 당신을 보호하는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수년 전 혜민스님이 쓰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은바 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다.

이정우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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