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대 울산녹색포럼 대표

지난 일요일 목욕을 하고 나올 때의 일이다. 승강기에서 내려 출입구 쪽으로 나가는데 맞은편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오고 있었다. 팔자걸음으로 약간 거만스런 자세로 걸어오는 폼이 눈에 좀 거슬렸다. 걷는 모습을 갖고 인격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순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침을 뱉고 가는 것이 아닌가? 길거리에서도 침 뱉는 것이 조심스러운데, 여기는 건물 내이고 바닥도 대리석으로 깔려있는 곳이다. 상가건물이라 학원도 있어 어린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데, 도대체 저 사람은 양심이 있는 것인지, 자신의 건물이라면 저런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저런 행위가 습관화되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참동안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 잡혔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를 가름하는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가 문화수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주변 강대국인 일본과 중국을 종종 비교한다. 그런데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선진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영향력이 강한 나라이다. 국토가 매우 넓고, 인구도 가장 많다. 경제성장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GNP도 세계2위이다. 전 세계의 생활필수품이나 식자재에 Made in China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군사력도 막강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을 선진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문화적인 면에서 우리보다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한다. 국토와 인구 면에서 중국보다 열세다. 군사력 역시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이 경제, 생활 전반에 걸쳐 앞서지만, 그보다는 일본인들의 친절성과 배려 마인드에서 우러나온 문화시민의 에티켓에 고개를 숙인다.

에티켓(etiquette)은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예절과 매너이다. 에티켓은 프랑스에서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에게 왕실 출입을 할 수 있는 티켓을 발행한데서 유래된 말로써 일종의 예절 자격과도 같은 것이다. 매너는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로 몸가짐, 버릇, 태도 등으로 예절과 동의어 혹은 상호보완인 용어이다. 이 에티켓을 국민들이 지녔을 때 진정한 문화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이런 나라 국민들은 서로 배려하고, 정의로우며, 공중도덕과 공공질서를 소중히 여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선진국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는 울산을 문화선진도시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울산은 시민 1인당 GDP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도시이며, 세계 여러 도시 중에서도 상위에 랭크돼 있다. 산업수도, 경제도시를 자처하지만 문화도시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럽다. 이는 문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면도 있지만, 시민에티켓 부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울산의 버스정류장에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담배꽁초가 있다.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흡연자는 흡연 장소도 지켜야 하지만, 뒤처리까지 해야 하는 매너를 지녀야 한다. 보행자의 준법의식은 대체로 잘 지켜지지만 일부 성인들이 몰상식한 행동을 한다. 횡단보도가 가까이 있는데도 좀 더 빨리 가려고 무단횡단을 하거나, 녹색신호가 아닌데도 건넌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하고,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그 행위가 차가 오지 않아서 건넜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 없다. 골목길에서 교행하기 어려운 두 승용차 만났을 때 서로 양보하지 않고 기싸움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한 운전자가 차를 잠깐 후진시키면 될 일을, 교통체증을 유발해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기분 상하게 하는 것이 본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행위인지 묻고 싶다.

울산은 광역시다. 광역시는 광역시다운 품격을 지녀야 한다. 광역시의 품격은 경제와 생활, 문화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시민 개개인의 품격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시민의 품격은 다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절과 매너 즉 에티켓을 갖추는 것이다. 에티켓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떤 현상을 상대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생각할 때 배려는 싹튼다. 울산시민들이 나의 입장을 먼저 대변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을 한번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시민 에티켓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울산시민들은 에티켓이 참 좋다’는 말을 들을 때 울산은 문화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김성대 울산녹색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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