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가지산(상)

▲ 가지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석남사 기점 가지산 돌아오는 코스
등산로 주변 소나무군락…솔향기 폐부속으로
고즈넉한 산길, 산새소리·석남사의 종소리만
1천m 이상 고지에 오르면 주변의 경관 한눈에
바람에 날리는 눈발, 겨울산행의 묘미

영남알프스 봉우리 중 최고의 봉
정상 오르면 주변 산세 모두 관망할 수 있고
석남사 기점으로 부챗살 펼쳐놓은듯
중봉·석남재·쌀바위·상운산·운문령 이어져
석남계곡·구연폭포등 큰 계곡만 4개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主峰)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운문산, 신불산, 영축산, 문복산, 천황산, 재약산, 간월산 등 영남알프스의 크고 작은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은 바위가 많고 나무가 적어 사방이 탁 트여 조망하기가 좋다. 무술년 새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남알프스 최고봉인 가지산(1241m)에 올라 제각기 새해의 소망을 빌어보곤 한다. 가지산은 많은 계곡과 능선을 품고 있다. 봄이면 진달래꽃, 여름이면 시원한 폭포가 매력적이고,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 겨울이면 눈으로 덮여 사계절 내내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동쪽 산기슭에는 신라 헌덕왕 16년(884년)에 도의국사가 창건한 석남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산행은 석남사를 기점으로 영남알프스의 주봉(主峰)인 가지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석남사 입구에서 배내고개를 넘어가는 길 오른쪽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6·25때 신불산 일대 공비소탕 과정에서 전사하거나 희생당한 참전용사를 기리는 신불산 공비토벌 작전 기념비가 있다. 등산로는 추모비 뒤로 이어지고 초입부터 고만고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등로 주변은 온통 소나무군락지다. 조금 걸으면 솔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간혹 산새소리와 석남사의 종소리가 귀전에 들리는 고즈넉한 오솔길이다. 이러한 산길은 석남재 안부까지(1.7㎞)이어진다. 안부를 지나면 한두군데의 비탈과 너덜 길을 제외하곤 별 어려움없이 석남재(795m)에 도착한다. 석남재에서 능동산까지 3.9㎞, 석남사 주차장까지 1.7㎞, 석남터널까지 1㎞, 가지산까지는 2.4㎞ 거리다.

▲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중봉. 신불산 방향.

석남재에 올라서면 주위의 조망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발아래 석남사의 아늑한 산사(山寺)와 덕현리 마을의 평화스러운 모습. 가지산 터널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관측된다. 맞은편으로는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자락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지고 능동산에서 천황산(사자봉)까지 이어지는 지맥과 가지산에서 북·동쪽으로는 이어지는 장엄한 쌀 바위능선이 걸출하고, 서쪽으로는 가지산 중봉이 까마득하게 버티고 있다.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대략 1시간20분정도 걸린다.

약간의 고도를 높여가며 석남 재를 출발한지 10여분. 산길은 점점 높이를 더해 가면 겨울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쌓인 눈은 등산화를 푸욱 빠지게 하고 바람에 날리는 눈발은 시야를 가린다. 나뭇가지엔 설화가 만발 하고 주변은 온통 눈의 천지다. 가끔 세찬 바람도 불어온다. 세찬 눈보라가 날릴 때 눈 속의 산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는 산객들이라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이곳을 오르는 것만으로 영남알프스의 정기를 흠뻑 들이킬 수 있으리라.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을 찾아 들어가니 석남대피소다. 대피소는 휴일에만 문을 연다. 대피소 옆 계단이 중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이다. 600여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면 중봉에 도착한다.

산은 오를수록 험해지고 골은 오를수록 깊이를 더한다. 영남알프스의 주능선인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 올라서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모두 눈 안에 들어온다. 중봉(1168m) 또한 조망이 뛰어난다. 오른쪽으로는 전설의 쌀 바위가 우뚝 솟아있고, 그 옆으로 상운산과 귀 바위가 아스라이 보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리면 손에 닿을 듯 한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고 왼쪽으로는 용수골 산자락이 고요하다 못해 설경에 묻혀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한숨을 고른 뒤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조금 뒤 용수골로 내려가는 밀양재에 도착한다. 밀양재는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폐쇄된 옛길이지만 옛날 밀양과 울산지역 사람들이 왕래하는 고갯길이었다. 울밀선인 석남터널과 가지산터널이 개통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산길로 사람들이 걸어서 왕래를 했던 태산처럼 높아 보였던 까마득한 산마루였다. 중봉에서 이곳까지는 10여분도 채 안 걸린다.

▲ 가지산 정상 표지석. 청도산악회가 오래 전에 세운 정상석이다.

밀양재에서 서북쪽으로 빤히 올려다 보이는 산이 영남알프스의 주봉이자 영산(靈山)인 가지산(1241m) 정상이다.

조금 뒤 가지산 정상에 올라선다. 가지산은 동경129°00′18″, 북위35°37′02″에 위치해 있으며 영남알프스의 여러 봉우리 중 최고의 봉(峯)이다.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의 맹주답게 주변의 모든 산세를 관망할 수 있다. 석남사를 기점으로 부챗살을 펼쳐 놓은 듯 중봉, 석남재, 쌀바위, 상운산, 운문령으로 이어진다. 또한 운문산과 이웃하고 가지산 북릉(1140m0과 문복산, 지룡산, 옹강산 은 물론 울산시가지와 멀리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겨울 한 번 눈이 내리면 겨울 내내 눈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가지산을 기점으로 낙동정맥과 운문지맥이 나누어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영남알프스 의 북 알프스에 해당하는 가지산 북릉은 학심이, 심심이, 오심골 계곡을 비롯한 학소대 폭포, 비룡폭포, 학심이 폭포 등은 크고 작은 폭포와 반석이 어우러져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가지산은 크게 남동릉, 북동릉, 북서릉, 남서릉으로 나누어지며 영남알프스의 맹주답게 큰 계곡만 해도 4개나 가지고 있다. 즉 정상에서 석남사 뒤쪽으로 흘러내린 주계곡인 석남계곡과 쌀 바위 쪽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지류와 정상 북쪽에서 흘러내린 지류가 만나서 이루어진 운문산 학심이골, 또 정상에서 남남서쪽으로 흘러 내려 구연폭포를 지나 호박소로 이어지는 용수골, 가지산 남동릉 중간쯤에서 발원하여 석남재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꺾여 흘러 내려 호박소와 합류하는 쇠점골의 비경들이 그것이다.

▲ 진희영 산악인·<영남알프스견문록> 저자

새해 첫날이 시작되면 전국의 일출 명소에는 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가지산(1241m)도 예외가 아니다. 동해남부지방 산정(山頂)에서 일출을 가장먼저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정(山頂)에서 일출을 양산의 천성산과 가지산을 꼽고 있는데, 천성산은 가지산보다 지형적 여건으로 볼 때 가지산보다 한수 아래이다. 사실상 가지산이 ‘한반도 남부지방의 일출 1번지’라 할 수 있다. 장엄한 태양이 떠오르는 동해와 울산시가지를 바라보면서 한 해의 시작을 설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산정에서 천하(天下)는 천하의 것인데 천하를 업신여긴 행정당국의 무분별한 처사를 한탄 해본다. 산 정상을 제각기 자기 내 것이라 우기는지 정상에는 오래전 청도산악회가 세워놓은 정상석과 그 옆으로 낙동정맥의 표지석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또 울주군에서 정상석을 세웠다. 산악인의 한사람으로 산 정상을 마치 자기내 것이라 여겨는 행정당국의 처사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다음 편에 소개한다.

진희영 산악인·<영남알프스견문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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