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와 실제 경제상황의 간극은
실질적인 일자리 증가로 메꿔야
체질개선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 김창식 경제부장

지난해 울산의 고용률이 9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는 통계치가 발표됐다. 울산의 연간 고용률은 59.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59.5%)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고용호전 지표가 나오자 울산시는 즉각 숟가락을 얹었다.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고용률과 청년고용률이 높고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내려간 것은 지난 한해 동안 시정의 중심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두고 역점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울산의 근로자들은 이같은 고용개선 지표에 한번 놀라고, 울산시의 해석에 또한번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력 산업 침체로 지역경기가 수년째 좋지 않은 가운데 ‘고용사정이 좋아졌다’느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결과’라는 해석은 더더욱 수긍하기 어려웠다. 울산이 굵직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자리가 없어 인구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 그러했다.

때마침 지역 전문기관들이 지역 고용시장의 문제점과 속사정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속속 내놓으면서 궁금증도 시원하게 풀렸다.

동남지방통계청 울산사무소는 지난해 울산의 고용시장이 고용의 질이 나빠지는 불안정한 구조로 변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 제조업 취업자 수의 감소와 임시 및 일용근로자, 자영업자 증가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울산의 고용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일자리의 증가에 따른 취업자의 증가가 아니라 구직을 위한 전출 및 인구감소로 인한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제조업에 편중된 울산의 산업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주력 제조업 중심의 경기회복,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일시적인 고용활성화는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도 덧붙였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도 역시 울산의 고용시장의 변화에 주목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중심의 서비스업 취업자가 늘어나는 점을 특히 주목했다.

지난 1년동안 울산에선 1만2000명의 인구가 타지로 빠져나갔다. 청년층에서 고령층까지 80세 미만의 전 연령층에서 순유출됐다. 제조업 취업자와 고용률은 2년 연속 후퇴했다. 제조업에 충족하지 못한 일자리는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 취업으로 채워졌다. 특히 여성들의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업 취업이 눈에 뛰게 늘었다. 실업자·퇴직자 등의 자영업 진출은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울산 고용시장의 질 악화를 적시했다.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의 71.1%는 자영업자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조선업 등 구조조정 실업자 및 가족들이 생계를 위한 자영업 참여가 늘어나고, 가계소득 보전을 위한 여성의 서비스업 진출 증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두 전문기관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울산의 고용시장은 양적성장은 있었지만, 질적으로는 더 나빠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직자와 가족들이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 전선에 함께 뛰어들고, 일터를 찾아나선 여성들의 임시·일용직 노동활동 증가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울산시는 올해 시정의 가장, 최고의 중요한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울산의 노동력을 떨어뜨리는 인구유출을 완화하고 표류하는 울산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해법이 될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과 투자를 유치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해 ‘탈울산’ 행렬을 멈추게 해야 한다. 수년째 ‘잃어버린 시간’에 빠진 울산에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은 많지 않다. 울산의 앞길에 산업구조 개편과 신산업 육성, 노사문화 개선, 기업의 유치 등 숙원과제가 켜켜이 놓여있다. 김창식 경제부장 goodg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