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회문제 정부정책으론 한계
국민의 깨어 있는 의식 동반돼야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어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가 아름다운 부인 재클린의 ‘오 노우’의 비명 속에 암살된 지 50여년이 지났다. 범인인 오즈월드는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이틀 후 호송 도중에 나이트 클럽 사장 잭 루비가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바람에 그 배후를 둘러싸고 의혹과 음모설이 지금까지 난무하고 있다.

미국 국가기록보관소는 케네디가 암살된 지 55년이 지난 작년에서야 암살에 관한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기밀에 관한 주요 문건들을 10년에서 75년의 기간을 정해 봉인토록 하고 있다. 전 정권의 주요 기밀문서를 단 시간 내에 공개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돼 국정혼란과 국가안보에 위협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물론 봉인 기간이 지나면 투명하게 공개, 역사의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전 대통령의 일과 씨름 하느라 날을 지새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케네디는 허리의 지병에도 불구하고 자진 해군에 입대했다. 2차대전에 참전, 명예롭게 전역해 미국 상류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다. 이후 하원, 상원의원을 거쳐 당시 침체한 미국 사회를 일신 할 ‘뉴 프런티어’ 정책을 들고 나와 제35대 최연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쿠바에 카스트로 혁명정부가 들어서자 쿠바와 소련 간에 무기원조 협정이 체결돼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소련 핵미사일을 탑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접근했다. 케네디 정부는 즉각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실시하고, 소련의 후로시쵸프에게 미사일 기지 해체를 요구하는 한편 핵전쟁으로까지 갈 수 있는 백척간두의 대치관계를 지속했다. 결국 소련은 미사일 기지를 해체하고 미국은 쿠바를 공격하지 않은 선에서 공산진영을 굴복시켰다. 쿠바봉쇄 이후 미·소간에 핫라인이 개설되고 해빙 무드가 조성돼 10년 후에는 미·소 데탕트의 길을 여는 단초가 되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가 간의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군사력과 국력이 뒷받침 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 연설에는 인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무한한 신뢰, 세계평화에 대한 갈망, 인종차별 해소, 빈민에 대한 구제 등에 대한 호소력 있는 문장이 줄을 잇고 있다. 백미는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 ‘여러분의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 보십시오(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는 구절이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구성원인 개개 국민들의 양심에 기반한 호응 없이는 국가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안전사고, 부동산을 필두로 한 각종 투기, 청년실업 문제, 저출산 문제 등등의 해결은 정부 정책을 통한 관리와 감독만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함을 수차례 경험했다. 각 분야 국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로의 전진은 요원할 것이다. 모든 문제를 국가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표에 눈먼 정치인들은 이에 편승해 포퓰리즘 공약을 일삼는다. 심지어는 대통령이 ‘모든 안전사고는 국가 책임이다’라고 공언한 나머지 인명 사고마다 노란 점프를 입고 현장을 방문해야 하는 현실이다.

우리 공동체는 양심과 합리성보다는 감성과 정치적 선동에 물들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다시 케네디 취임사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희생과 높은 힘의 기준 만큼 우리에게 요구하십시오.’ 즉 국가와 국민개인이 같은 기준에서 상호 희생을 해야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혼란의 시기를 넘기고 있는 지금 국민 개인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문해보고, 국가 운영을 담당한 정치인들은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보상인 양심과, 우리의 행동에 대한 역사적 판단에 의지해 한 발 전진하자’는 케네디의 외침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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