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상면 울산중부소방서 서장

매년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사고가 잇달아 시민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야외활동보다는 실내활동이 많은 계절이라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화재현장에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원인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이 대부분이다. 화재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호흡을 못하게 하고, 시야를 방해한다. 특히 건물화재의 경우 쇼파, 책상, 의자 등 건물 내 생활용품에서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쉽다.

최근에는 이러한 위험한 유독가스 배출이 어려운 구조로 건물들이 건축되고 있어 그 위험성은 더욱 높다하겠다. 대형 다중이용업소들은 영업목적과 미관을 고려해 유독가스 배출구인 창을 최대한 적게 만들거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아예 창을 만들지 않는 구조로 건물을 설계해 유독가스가 배출되는 부분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또 주차공간 활용을 위해 설치되는 필로티 구조는 화재발생시 빠르게 상층으로 화재를 확산시키고,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로 외벽이 설치되는 경우 화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는 화재진압과 인명대피에 매우 취약하다.

대형 화재에서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 도착과 정확한 현장 작전도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화재현장 관계자들의 초동대처가 필수적이다.

화재 초기 골든타임인 5분에서 7분 이내 화재가 전성기로 확대되는데, 이때 대피하지 못하면 화재시 유독가스에 의한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독가스라는 극한상황에서는 이성적인 행동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화재현장에서 사람들이 피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패닉상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때 본능적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화재현장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본능으로는 추종본능과 귀소본능, 지광본능이 있다. 귀소본능이라 함은 처음 들어간 출입구로 다시 탈출하려는 본능으로 비상구가 다른 쪽에 있어도 처음 들어간 출입구로 탈출하려해 병목현상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다.

‘지광본능’이라 함은 위기의 순간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빛이 있는 쪽으로 대피한다는 본능이다. 추종본능은 화재현장과 같이 극한상황에서 피난구를 찾아 우왕좌왕할 때 한 사람의 안내자가 분명하고 단호한 안내로 비상구를 안내하면 모든 사람이 신속하게 안내에 따른다는 본능을 말한다.

화재현장의 위급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광본능과 추종본능을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건물 관계인은 지광본능을 활용해 야광봉 등을 이용, 피난구를 신속히 안내해야한다. 건물관계자는 해당 건축물의 내부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화재초기 신속한 대피안내만 제대로 해준다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사람들을 보다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건물관계인에 대한 소방교육의 중요성을 두세번 강조하는 이유다. 소방교육은 건물 관계자로 하여금 화재위험성을 인식시키는데 목적이 있으며, 화재현장의 체험과 소방훈련 반복이 핵심이다.

화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소방활동에 필요한 초기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을 몸에 익혀야한다.

특히 백화점이나 영화관 같은 대형 다중이용업소는 유사시 화재사고 발생 상황을 대비해 관계자들의 임무를 명확하게 세분화해놓고 있어야 한다. 만약 각 개인별 임무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으면 긴급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안전의식의 고취로 많은 사람들이 소방교육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종전의 교육대상이 어린이였다면 지금은 성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종전의 강의식 교육보다는 참여 및 체험교육을 선호하고 있다.

안전교육과 비상시 매뉴얼 숙지는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본인과 주변의 고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소방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손상면 울산중부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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