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봄 시작하는 입춘 맞아

서예가가 원하는 글귀 써주는

지역박물관 입춘첩 쓰기 마련

▲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立春)을 나흘 앞둔 지난달 31일 경남 함양군 유림회관에서 어린이들이 유림의 도움을 받아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 입춘첩을 직접 써 보고 있다.

연합뉴스

2월4일은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24절기 가운데 첫 절기로, 이 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 날을 기리고, 닥쳐오는 일년 동안 대길(大吉)·다경(多慶)하기를 기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예로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춘축만 붙이는 가정이 있을 뿐,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절일(節日)로서는 기능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에 입춘에 대한 의의와 옛 풍습, 구비전승돼 온 조상들의 지혜를 모아본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축을 달리 춘축(春祝)·입춘서(立春書)·입춘방(立春榜)·춘방(春榜)이라고도 한다. 입춘축은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붙이고,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해 써서 붙인다. 그런데 이 입춘축을 붙이는 시간이 따로 있다. 입춘이 드는 시각에 맞추어 붙이면 좋다고 하여 밤중에 붙이기도 하지만,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서는 써 붙이지 않았다.

입춘축은 대개 정해져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구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있다. ‘입춘을 맞이해서 길운을 뜻하고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으리라’는 뜻이다. 그 밖에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단첩으로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등도 있다.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지역별 입춘 금기사항도 있었다. 제주에서는 입춘날 여인이 남의 집에 가면 그 집의 논밭에 잡초가 무성하게 된다고 했다. 이날 집안 물건을 누구에게도 내주는 일이 없는데, 만일 집 밖으로 내보내면 그해 내내 재물이 밖으로 나가게만 된다고 한다. 전남 구례에서는 입춘날 절에 가서 삼재(三災)풀이를 하는데, 삼재를 당한 사람의 속옷에 ‘삼재팔난(三災八難)’이라 쓰고 부처님 앞에 빌고 난 후 속옷을 가져다가 불에 태운다. 경남 창녕군 영산에서는 이날 새알심을 넣지 않은 팥죽을 끓여 먹고 집안 곳곳에 뿌려 벽사를 한다. 충청도에서는 이날 보리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보리밥을 먹어야 좋다고 해 보리밥을 먹는다. 전남 무안에서는 입춘이 일년에 두 번 들면 소금 시세가 좋다고 한다. 함남 북청에서는 이날 무를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하여 무를 먹고, 잡곡밥은 먹지 않고 흰쌀밥을 먹으며, 이날은 나이 먹는 날이라 해서 명태순대를 해 먹는다고 한다.

햇나물을 맛보는 입춘절식도 있다. 궁중에서는 오신반(다섯 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장만해 이날 수라상에 올렸다고 전해진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간에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

입춘을 앞두고 울산향교에서는 1일 오후 2시 입춘축을 써 대문에 붙이는 연례행사를 실시했다. 울산지역 입춘행사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진다.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에서 열리는 전통문화행사 ‘2018년 무술년 새봄맞이 입춘첩 쓰기’다. 울산박물관은 3~4일, 대곡박물관은 4일, 각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서예가들이 쓴 입춘첩을 받아보거나, 자신이 직접 원하는 글귀를 써서 소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해 개성적인 입춘첩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진다”라며 “입춘을 맞이하여 울산박물관과 대곡박물관에서 활기찬 봄의 기운을 가득 담아 경사스러운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관람객 누구나 가능하며, 당일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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