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반난민 정서 고조되는 이탈리아 현재 상황 반영

▲ 3일 이탈리아 중부 마체라타에서 이민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4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 루카 트라이니.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중부 도시 마체라타에서 3일 난민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일어나 여러 명이 다쳤다.

공영방송 RAI뉴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언론은 이날 오전 11시께(현지시간) 마체라타 도심에서 주행 중인 소형 차량에서 보행자들에게 총탄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로마노 카란치니 마체라타 시장은 “2시간에 걸친 총격 행각으로 6명의 외국인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상자 모두가 흑인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달리는 상태에서 총격을 가한 뒤 도주한 차량을 추격한 끝에 첫 총격 사건 발생 약 2시간 만에 소형 권총을 소지하고 있던 28세의 이탈리아 백인 남성 루카 트라이니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제압된 그는 마체라타 주민으로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케 주에 위치한 마체라타는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인구 4만5천 명의 조용한 소도시로, 사흘 전 18세의 이탈리아 소녀 파멜라 마스트로피에트로가 여행 가방에 토막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돼 이탈리아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다시 한번 끔찍한 범죄의 현장이 됐다. 경찰은 사건 발행 직후 용의자가 검거되기 전까지 도심의 통행을 전면 통제한 채 주민들에게 공공 장소 출입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현지 언론은 토막 살해 사건 용의자로 29세의 나이지리아 난민이 검거된 것에 비춰, 이번 총격이 난민들을 겨냥한 계획된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목격자에 따르면 용의자의 차량은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 인근에서 포착됐으며, 용의자는 검거 직후 파시스트식 경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내달 4일 실시되는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난민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라 이탈리아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反)난민 정책을 앞세우는 극우정당인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소녀의 살해 사건 용의자가 붙잡힌 직후 “이 벌레가 이탈리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소녀의 죽음은 이탈리아에 난민들을 받아들인 집권 좌파 정부의 책임”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이번 일을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이용할 태세다. 살비니 대표는 집권 시 첫 해에 15만 명의 난민을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있다.

반면, 난민 수용에 관대한 좌파 자유평등당(LEU)의 피에트로 그라소 대표는 “마체라타에서 벌어진 일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며 “이 증오와 폭력의 소용돌이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014년 이래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입국한 아프리카, 중동발 난민은 60만 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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