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등재기원-대한민국 원로·중견시인과 함께하는 畵詩展
경상일보·반구대포럼 공동기획

 

그가 문든 뒤돌아 본다
검은 돌이 날아다닌다

게 누가 날 찾는가/ 천리 아비인가/ 만리 어미인가

그는 매일 아침 새들이 일어나는 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는 꽃사슴들이 아침에 일나가는 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는 매일 한낮 고래가 바다를 껴안으러 나오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고래가 파도를 뿜어 올리는 순간 작살을 던졌을 것이다
작살은 그의 파도길이었을까 별막대였을까

그는 아비였을까
어미였을까
아비와 어미가 만나는 온도였을까

그가 해거름에 작살을 치켜들고 달려오는 밤을 향해 던지는 장면을, 생각한다
그가 잡으려는 고래등에 별이 앉는 장면을, 생각한다
그의 가슴이 별처럼 통통거리를 장면을, 생각한다
그의 잠이 깊고 깊은 바위 속 심해를 여는 장면을, 생각한다 생각한다

게 누가 날 찾는가/ 만리 어미인가/ 천리 아비인가

그가 문득 뒤돌아 본다
검은 돌이 날아다닌다
 

▲ 강은교 시인

강은교 시인
<약력>·1945년생
·동아대 명예교수
·1968년 사상계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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