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부 기자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가던 중 기적적으로 홍해가 갈라져 바다를 건넜다는 성경의 구절에서 나온 ‘모세의 기적’ 이야기.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도로 위 빼곡했던 도심 속 차량들이 갈라지는 현상을 일컬어 ‘모세의 기적’이라 부른다.

차량 블랙박스와 도심 CCTV 설치가 확산되면서 이같은 ‘모세의 기적’ 이야기는 영상으로 만들어져 SNS나 유튜브를 통해 확산됐고, 자연스레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를 만나면 길을 양보하는 하나의 배려 문화로 정착됐다.

모세의 기적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그야말로 이웃 사랑의 표현이자 인간적 도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사설구급차의 만행은 혹시나 하는 의심을 불신으로 키웠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은 사설 구급차를 허가 없이 다른 지역에서 무단으로 운행하거나 응급환자 이송이 아닌 용도로 사용한 민간 응급환자 이송업체 소유주 등을 입건했다. 특히 이들은 연예인 2명을 지방 행사장이나 공항 등지로 이동시키는 목적으로 6회에 걸쳐 구급차를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환자를 태워야할 구급차가 연예인들의 행사를 뛰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내달리는 사설구급차를 보고 ‘정말 위급한 환자가 탔을까?’ 의문을 보낸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사설구급차와 관련한 불법영업, 미터기 조작 등의 달갑지 않은 소식을 많이 들어와서다. 모든 업체가 그렇지 않겠지만 신뢰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또다시 적잖은 충격과 배신감을 준다.

구급차는 병원 도착 전의 응급의료체계로 얼마나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명은 물론 환자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양치기소년’이라는 유명한 이솝우화가 있다. 사람은 여러번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있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아무 의심없이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설구급차를 운영하는 업체에서도 본인들의 역할과 의무를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김준호 사회부 기자 kj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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