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 수렴해 법률 제정하고
지위고하 없이 공명정대하게 집행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 만들어야

▲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법치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법치주의는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 헌법원리이다. ‘공포되고 명확하게 규정된 법에 의해 국가권력을 제한·통제함으로서 자의적인 지배를 배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법치주의 근원적 이상은 통치자의 자의에 의한 지배가 아닌 합리적이고 공공적인 규칙에 의한 지배를 통해 공정한 사회협동의 체계를 확보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법치주의의 사상은 주로 서구에서 전개되었고, 근대 이후 전 세계로 확산돼 많은 나라에서 통치원리, 국가원리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법치주의는 그 역사적 진화를 거쳐 형식적 합법성에만 초점을 둔 형식적 법치주의를 지나 합법성과 공공적인 규칙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한 실질적 법치주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양에서의 법치주의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사상 중 법가사상을 집대성 한 한비자의 법치사상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한비자의 그것을 살펴보는 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한비자는 옥사하는 불운한 삶을 살았지만 진나라가 법치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을 통일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한비자가 살았던 시대는 극심한 혼란기의 전국시대 말기였다. 혈연을 중심으로 한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던 시기이다. 이 시대적 상황이 지금의 우리사회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비자는 한나라의 공자(公子)로 태어났다. 당시 한나라는 성인에 의해 통치되던 나라도 아니였고 도덕관념이 철저한 관료들에 의해 다스려지지도 않던 나라였다. 한비자는 이러한 나라에서 그나마 명목을 유지하며 국가를 경영하는 방법이 ‘법치’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믿고 따를만한 기준으로써 ‘법’을 제정하고 관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게 하고, 정한 상과 벌로써 장려와 금지를 확실하게 행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비록 신하와 국민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법치를 강조했지만 군주에게도 법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군주가 법을 무시하여 법이 그 권위를 잃으면 신하들이나 백성들도 법을 지키려하지 않아 군주기 스스로 위태로워 진다고 했다. 또한 법에 따라 잘잘못을 가려 신상필벌한다면 신하들이나 백성들이 한 눈 팔지 않고 법에 따라 서로 공을 세우려하고 법을 어기는 일이 벗게 될 것이라 했다.

이러한 생각들을 관료국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술치(術治)와 국가권력이 법을 분명하게 시행토록 하고, 그에 따라 상과 벌을 적절히 함으로서 법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치(勢治)를 주장했고 ‘법’ ‘술’ ‘세’ 중 어느 하나라도 누락되면 진정한 법치가 아닌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한비자는 진정한 법치를 위해 경계해야 할 오악을 지적했다. 선왕의 도를 칭송하고 인의를 빙자하며, 당대의 법에 의문을 품게하는 학자, 말을 멋지게 하지만 무책임하고 외국의 힘을 빌려다가 사적인 이익을 꾀하는 유세가, 칼을 찬 협객, 군주와 가까이에 있다는 위치를 이용해서 유력자와 결탁하고 뇌물을 탐하는 군주와 가까운 신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규격에 맞지 않는 도구를 만들고, 사치품을 비축하고, 물자를 매점해서 물가를 끌어올려 농민을 곤경에 빠뜨리는 상공업자가 그 오악이다.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해 지금의 우리사회에 비추어 해석해보면 여론을 수렴해 필요한 법을 제정하고 이를 공평하게 집행, 한비자가 강조한 ‘치사불치민(治史不治民)·성인은 관리를 다스리지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다’가 실현되면 자발적이고 공정한 사회협동의 체계가 확보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우리사회가 될 것이다.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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