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익 울산시 건강도시담당사무관

2월4일부터 본격 시행된 연명의료 결정제도와 관련한 여러 오해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연명의료결정법)이 2016년 2월3일 제정됨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로 임종과정에 있는 모든 환자가 아니라 19세 이상 말기환자 중에서 암, 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환자가 대상이다. 연명의료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존중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천부인권은 존엄한 임종과 생의 완성(죽음)까지를 포함할 것이고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문제다.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분명히 안락사나 존엄사 혹은 웰다잉이 아니다. 오직 연명의료의 중단 결정일뿐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했다고 해서 바로 웰다잉이나 존엄사 안락사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심사숙고가 담겨야함으로 일부에서 쓰고 있는 ‘웰다잉법’ ‘존엄사법’ ‘안락사법’으로 약칭하는 것 또한 맞지 않다.

이 법의 제2조 6항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란 말기 환자에게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떠한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오직 담당 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환자의사(意思) 확인을 거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즉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의 4가지 의학적 시술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하며 건강할 때라도 가능하며 언제든지 본인 의사에 따라 변경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울산은 울산대학교병원) 담당 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의 의사가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작성·상담 등록 울산시 단체는 사단법인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와는 다르다.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환자의사(意思) 확인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세 가지 경우로 구분된다. 먼저, 환자의 의사(意思)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담당의사의 확인으로 가능하고, 환자의 의사(意思)능력이 없으나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의사 2인의 확인,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과 의사 2인의 확인으로 가능하다. 여기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가족이 없는 경우 1인의 진술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환자의 의사(意思)능력이 없고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도 없는 경우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인 법정대리인의 결정과 의사 2인의 확인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다소의 혼란과 문제는 발생할 것이고 보완해야할 부분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면 환자가 직접 의사표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의 경우, 평소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하고 그 내용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함께 확인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방법의 경우 이 과정에서 2인외 다른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책임이 의사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사는 방어적으로 연명의료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꼭 보완해야 할 문제다.

가장 잘 죽는 죽음이라는 천화(遷化)는 고승들의 죽음의 한 형태로 이승의 교화를 마치고 다른 세상의 교화로 옮긴다는 뜻의 천화를 위해 나무꾼도 가지 않는 깊은 곳까지 자기 스스로 들어가 기진맥진해 그대로 쓰러져 남은 기운으로 나뭇잎을 긁어 덮고 누워 자신을 오롯이 자연에게 되돌려주고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잘 사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천화(遷化)는 아니라도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 보호받는 새로운 사회적 문화가 형성돼야 할 때가 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잘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여태익 울산시 건강도시담당사무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