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울산-틀을 깨자.길을 열자 -(11)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울산지역 내 전문병원 없어
산재사고시 신속처치 곤란
현장 안전불감증도 고쳐야

울산지역 산업현장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해 산업안전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산업재해 사고사망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지만 새해들어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관내 전문병원 부재로 산재사고를 당하고도 치료를 신속하게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가 하면 울산의 숙원산업인 산재모병원 건립도 수년째 답보상태다. 산업수도 울산이 안전도시로 거듭나는건 요원한 것일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울산지역에서 22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근로자 1만명당 업무상 사고사망자수 비율을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은 0.44%로, 전년인 2016년(45명 사망, 0.83%)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년 울산의 사고사망만인율은 전국 평균에 비해 높았지만 지난해엔 오히려 울산이 낮아지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 1월에만 울산지역 대기업 사업장에서 3명이나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안전불감증에서 찾을 수 있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단지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물량팀 소속으로 일한다는 근로자 A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공작업 전에 안전고리를 매고 있으면 동료들이 ‘겁쟁이’라고 놀렸다”며 “하지만 약 2~3주 전부터 갑자기 현장에 안전감독관이 대거 배치되자 너도나도 안전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 안전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급 대상에 작업 뿐아니라 안전까지 맡겨지는 현실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안전’은 결코 도급을 주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권한을 가진 원청이 안전을 총괄해야 하청업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같은 사업장에서 원·하청 근로자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은 울산지역에선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다. 산업안전보건법 18조에도 원청업체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총괄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산재사고 사망자 상당수는 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국내 조선업체에서 77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중 66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다행히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산재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국가 평균 보다 낮은 0.27%를 목표로 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를 최근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까지 원청이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고 유해·위험작업은 도급자체를 금지하도록 했다.

울산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안전전공 김석택 교수는 “울산은 조선·석유화학 등 위험한 작업이 많고 실제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도 잦다”며 “안전에 있어선 절대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되고, 산재사고는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원청의 책임하에 하청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산재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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