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석공스님이 아자방의 구들을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이 곳 아자방에서 며칠을 머물고 가면 겨울 한 철은 견딜만한 힘이 생기지요.”

아자방은 지리산 반야봉 남쪽 아래 위치한 칠불사 경내 서쪽에 있다.

맞배지붕을 한 익공이 없는 건물로 우측이 정주간이고, 왼쪽이 온돌방인데 바닥의 구들모양이 아(亞)자형이어서 아자방이라 불린다. 온돌의 구조가 특이하여 바닥 높이가 다르게 2단 구조로 되어 있고, 경계면이 ㄷ자형으로 가운데가 팬 모양이어서 바닥의 전체 모양이 아자형이다. 아자의 곳곳마다 놋쇠판을 대고 굴뚝에는 열을 조절하는 놋쇠판을 장치해 온돌의 열효율을 높이게 만들었다.

아궁이의 깊이는 7자나 되어 지게를 지고 들어갈 만큼 깊고 넓으며 불을 한번 때면 온돌이 백일간이나 따뜻하다는 것이다.

하지왕이 석공스님에게 말했다.

“입구의 영지도 그렇고 아자방 하며 이곳 칠불사에는 신비로운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명산이 되려면 좋은 절이 있어야 하고 좋은 절이 되려면 좋은 스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이곳 칠불사에 석공 큰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셔서 지리산이 명산인 듯합니다.”

“무슨 과찬의 말씀을 하십니까? 소승은 이 곳에 주석하지도 않은데다 좋은 스님도 못되고 인연이 닿는 데마다 운수행각하는 일개 걸승에 불과합니다.”

“사실 저희들은 혜안이 뛰어나신 석공스님의 명성을 듣고 불원천리하고 이곳 칠불사를 찾았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석공스님이 염주를 굴리며 말했다.

“부족한 소승이 감히 말씀드리면 가야일통의 대업을 이루기에는 비화가야의 위치가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건길지는 원숭이처럼 귀가 얇고 변덕이 심할 뿐 결단력이 부족해 능히 대업을 이룰 군주가 되지 못합니다. 필시 마마를 호의로 초청해서 악의로 쫓아낸 것이겠지요.”

“과연 그러합니다.”

“지금 가야제국의 왕과 한기 중에는 대업을 이룰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금관가야의 이시품왕은 가야 왕가의 적통에다 장자로서 그 꿈도 크고 원대하지만 속이 협량하고 욕심이 많아 실패했습니다. 백제의 아신왕과 왜왕과 손잡고 신라로 쳐들어갔으나 가야국의 절반을 잃고 아라가야의 속국이 되어 연명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아라국왕은 어떠합니까?”

“아라국왕은 현재 가야제국에서 가장 힘이 있어 대업을 이루기에는 가장 좋은 분이지요. 그러나 실상은 고구려 광개토왕과 신라 실성 임금의 노객입니다. 오랫동안 아라국은 금관국에 짓눌려왔고 왕은 주변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 제한해 조금도 대업의 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강한 군주 아래서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개로서 만족하고 있지요.”

“과연 그러합니다.”

지리산 심산유곡에 앉아 날카롭게 인물평을 하는 석공스님의 말에 하지왕과 우사, 모추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우리말 어원연구

임금. 【S】nimekum(니메쿰), 【E】king. 임금의 고어는 님금(nimkum)으로 ‘nimekum’과 거의 동일한 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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