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1500여명 추산 ...60% 가량이 제주 출신

지역 내 1500여명 추산
60% 가량이 제주 출신
고령화에 대 이을 이 없어
해녀문화 전승·보존 위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 시급

울산에는 약 1500여명의 해녀들이 있는데 이중 60% 가량은 제주에서 출향한 해녀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지난 2016년 해녀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여러 시·도의 출향해녀와 교류를 시도하고 있고, 울산권 출향해녀와도 처음 물꼬를 텄다. 그러나 해녀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대를 이어 해녀를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에서는 향후 15~20년후 쯤에는 해녀들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울산지역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울산에 터잡은 제주 해녀들의 삶

▲ 제주출신 제4대 이옥선(사진) 회장이 취임했다.

6일 동구 일산동 베네시아 컨벤션에서는 제3대 김춘순 울산시나잠회장이 이임하고, 제주출신 제4대 이옥선(사진) 회장이 취임했다.

이날 울산권 출향해녀들과 교류를 위해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는 물론 (사)제주도해녀협회, 울산제주도민회와 포항, 거제, 다대포, 기장 등 서부경남·부산 해녀협회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옥선 회장은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출신으로, 지난 1960년께 울산으로 출향해 동구 일산동에서 50여년간 물질을 해오면서 울산에 완전 정착했다.

이 회장은 “19살쯤 울산으로 왔다.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해 울산에 정착했고, 외할머니가 물질을 했었다”며 “울산에 와서 보니 가족 생계도 막막했고 시집갈 밑천을 벌기 위해 본격적으로 해녀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방 월세가 한달에 200원이었다. 23살때 남편을 만났는데, 월급이 1만2000~1만3000원 가량이었다. 내가 많이 벌 때는 남편 월급을 하루만에 벌 때도 있었다. 그만큼 해녀가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며 “반면 그만큼 힘든 점도 많았다. 처음 물질할때는 잠수복이 없어서 물속옷을 입고 물질할 때도 있었고, 잠수복을 입고 나서도 허리통증 등 관절염에 두통, 귓병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행한 ‘울산해녀이야기’ 자료를 살펴보면 이 회장같은 제주출신 해녀들은 물론 울산출신 해녀들이 물질을 하게 된 계기를 대부분 ‘가난’이라고 언급한다. 이 회장처럼 가족의 생계 때문에 물질을 시작한 이들은 “힘들었지만 해녀로서의 강한 정체성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회장은 “울산으로 시집을 오거나 남편이 울산에 취직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옮긴 제주출신 해녀가 60% 가량 되고, 나머지는 제주해녀에게 물질을 배운 울산출신 해녀”라고 말했다.

◇해녀문화 보존·전승 대책 절실

울산발전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간한 ‘울산학연구 제9호’에는 제주 출향해녀들이 어떻게 울산으로 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자료에 따르면 제주해녀들의 물질이 활성화된 것은 일제강점기인데, 1910년대 후반에는 울산·부산지역으로 이동한 해녀가 4000여명에 이른다. 또 ‘한국수산집’ ‘제주도수필’ 등의 문헌에서도 1915년께 출향해녀수가 경남지역 1700여명이라는 기록이 있다. 1937년 ‘제주도세요람’에는 그해 3월말 한국 각 연안에 2801명의 해녀가 출향한 것으로 나와있는데, 경남(울산포함)에만 1650명으로 출향인원의 59%에 해당한다는 기록도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 해녀는 1500여명으로 추산되며 실제로 물질하는 해녀는 500~6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60% 가량은 제주에서 출향한 해녀들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같은 울산해녀들의 물질 모습을 15~20년이 지나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대를 이으려는 사람도 거의 없어 울산의 해녀문화에 대한 지원과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울산 해녀들의 환경은 타 시·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제주도와 비교하면 상당히 열악하다.

울산은 해녀들의 복리후생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 2007년 방어진 해녀탈의장 건립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까지 8개소에 해녀탈의장을 건립했고, 지난 2009년부터는 시는 물론 구·군에서 지원조례를 만들어 지원근거를 만들고, 동·북구는 잠수복 지원사업도 펼치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해녀의 고장인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출향해녀들에 관심을 갖고, 울산 뿐아니라 여러 시·도의 출향 해녀들과 교류하고 있다.

또 해녀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홍충희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이번 교류는 제주출신 출향해녀에 대한 현황파악과 해녀문화를 기록·보존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이라며 “제주도해녀협회와 함께 출향해녀 교류사업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체 해녀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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