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고재서 3월4일까지
20여년 울산 기반 작품활동
에폭시 레진으로 독창적 기법

▲ 김현식 작가의 ‘Red’‘Yellow’ ‘Blue’ ‘Green’(왼쪽부터). 학고재 제공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에서 김현식 작가의 개인전이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울산에서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16년 상하이 학고재의 개인전 이후 18개월 만이고, 8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출품작은 모두 46점. 상하이 전시 이후의 신작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현식 작가는 대학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 ‘사이 공간’으로서의 화면을 만들어내는 일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여정의 입구를 관객에 제시하려 한다. 김 작가는 스스로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여행가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그 여행의 초입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 김현식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 모습(왼쪽)과 작품 앞에 선 김현식 작가.

그의 작업 앞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질문한다. 투명하고 매끈하고 두꺼운 표면 아래 수많은 색선이 수놓아진 작품 앞에서, 그것을 회화라고 불러도 되는 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액체에 가까운 투명한 에폭시 레진을 평평한 판 위에 바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에 서서히 건조되는 레진에 선을 그어 홈을 내고, 그 위에 물감을 칠한다. 레진 표면을 닦고 나면 가느다랗게 홈이 파인 부분에 들어 간 물감만 남게 된다. 일종의 상감 기법으로 색선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 위에 다시 레진을 한층 바르고, 말리고, 물감을 칠하는 과정을 작게는 일곱 번, 많게는 열 번 이상 반복하다보면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선이 겹쳐진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1개월씩 매달릴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김 작가는 “투명한 캔버스 7~10개를 겹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큰 작품은 만 번 이상의 선을 그어야 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덕분에 매끈한 평면 작품임에도 깊이감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색선과 색선 사이를 집요하게 노려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득할 지경이다. 색선 사이로 빛이 들고 나기를 반복하면서 작품의 색깔도 시시각각 변한다. 이번 전시 주제처럼 ‘메아리 치는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비평가들은 이에 대해 “그의 작품에서는 진짜 빛이 나온다. 빛 알갱이들이 작품으로 들어갔다가 색선에 닿아 반사되고 하는 모습을 두고 광자(光子)들의 율동이라 말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식 작가는 2016년 학고재 상하이에서의 전시 ‘Who likes K Colors?’를 비롯해 브뤼셀 아트 로프트, 런던 모거모던아트, 부산 갤러리 이배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베이징 명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런던 사치갤러리, 아트 뉴욕, 아트 마이애미, 아트 파리스, 상하이 아트021 등 국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3월4일까지. 홍영진 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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