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열악한 지원인프라, 떠나는 창업기업

지역 내 창업지원기관 5곳
사업 겹치고 효율성 떨어져
지원금만 챙기는 얌체 양산
보다 나은 지원인프라 찾아
청년 창업기업 잇단 탈울산

울산 청년들의 창업의사가 7.1%에 불과한 이유는 기업가 정신의 상실도 있지만, 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지원 생태계가 매우 열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컨트롤타워 없는 중구난방식 지원체계 탓에 애지중지 키워온 청년 창업기업들을 줄줄이 대구나 부산에 빼앗기고 있다. 지원체계가 빈틈을 보이면서 창업에 큰 뜻이 있기보다는 소액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 창업기업’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울산 창업지원 생태계 열악

7일 울산시에 따르면 국·시비로 운영되는 주요 지역청년 창업지원기관은 울산경제진흥원, UNIST, 울산대,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5개 곳이다. 지난해 이들 기관에 지원된 창업 관련 예산은 150억원 상당이다. 중앙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올해는 예산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폭적인 예산 투입에도 지원기관들은 청년창업을 발굴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은 모순이다. ‘안정된 직업에 대한 선호’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청년들의 실종된 기업가 정신 탓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울산의 열악한 창업지원생태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울산의 창업지원생태계는 부산과 대구 등 타지역에 비해서는 매우 미비하다. 특히 창업지원 기관들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인근 부산은 센텀기술창업타운(센탑·CENTAP)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부산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센탑은 창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클러스터 개념으로 운영된다. 금전지원은 물론 신제품 제작, 판로 개척, 투자유치, 특허 상담 및 등록까지 센탑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들의 두려움과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특히 창업자에게 회사 운영 공간을 내주는 창업보육공간 지원도 눈에 띈다. 또한 센탑에는 창업투자기관(엑셀러레이터)들까지 들어서 있다. 창업지원 기관과 기업, 투자기관이 센탑을 중심으로 집적화되면서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경기도의 판교스타트업밸리, 서울 팁스타운, 대구의 동대구벤처밸리 등도 성공적인 예다.

◇‘좀비 창업기업’ 표적 되기도

반면 울산의 창업지원생태계는 울산경제진흥원 등 주요 5개 창업지원기관이 모두 흩어져 운영되는데다 이들 기관들을 총괄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원스톱 서비스는커녕 창업자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지원기관간 소통이 없다 보니 지원사업이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한가지 아이템으로 여러 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해 지원금만 받아 챙기는 창업 좀비(Zombie)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창업기업이면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다.

뒤늦게 140억원 규모의 울산청년창업펀드를 조성했지만 걸음마 단계다. 특히 펀드를 운영할 전문투자기관이 전무한 점은 울산의 창업생태계를 더욱 약하게 한다. 현재 울산청년창업펀드 운영은 부산지역의 업체가 맡고 있어 울산소재 창업전문투자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런 가운데 울산을 떠나는 청년 창업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울산지역 청년들이 모여 창업한 게임업체 A사는 최근 대구로 회사를 옮겼다. 대구가 게임콘텐츠 창업기업을 전폭적으로 육성하는데다 울산의 창업생태계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울산대 구자록 창업지원단 부단장은 “창업하겠다는 청년 자원이 부족한 점도 문제지만, 창업의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창업지원 생태계 조성이 절대적”이라며 “창업지원 기관, 창업자, 투자기관이 한데 모이는 울산형 센탑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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