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보행환경·대중교통 우선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정책 전환
교통량 줄일 특단의 대책도 필요

▲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미래학자들은 다가오는 미래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지식을 창조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국가와 개인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가치가 더욱 중요시되는 사회가 된다는 말로, 생명을 앗아가는 재해를 방지하는 정책이 날로 중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재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매년 4000명 이상이 교통사고에 희생당하고 있다. 사고외에도 교통문제로 우리 사회가 감내하고 있는 문제는 적지 않다. 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교통체증,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되는 주차난, 도심 공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공해,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음주운전 등은 모두가 끄덕일 만한 우리의 교통 문화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이 내재화되지 않은 결과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교통문제는 간단하게 풀 수 없는 과제이다. ‘사람’ ‘자동차’ ‘도로환경’이라는 교통의 3요소가 복잡하게 어우러져 형성되기 때문이다. 요소별로 해결해야 하는 측면도 각기 다르다. ‘사람’ 요소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다. ‘자동차’ 요소는 제작, 운행 유지 측면과 관련한 해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도로환경’은 건설, 유지관리, 안전시설 측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교통문제는 항상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인적요소이다. 자동차와 도로환경은 투자 재원의 제약으로 인해 빠른 개선이 곤란하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운전자와 보행자로 구성되는 인적요소의 교통의식과 행동이 선진화된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교통문제의 많은 부분을 풀어나갈 수 있다.

옛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재해란 하루아침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교통사고라는 재해만 해도 93%가 인적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더 깊이 분석해보면 운전자와 보행자가 잠재적 위험요소를 가지고 무리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사고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인리히(Heinlich)의 법칙을 주목해보자. 통계적으로 어떠한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사고가 일어날 뻔했으나 직접적인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는 ‘아차 사고’가 299번 일어난다. 그리고 29번의 가벼운 접촉사고가 난 다음에야 비로소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반드시 신호를 보내는 위험 예고를 알아차리고 개선해야 재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 교통 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실천해야 할 수칙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둘째, 교통질서를 지키면 나도 편하고 타인도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건설 기술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겠다. 셋째, 기초 문화와 생활 문화를 형성하는 교통 문화를 선진화하는 길이 곧 일등 국민이 되는 척도라는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더불어 이 같은 수칙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 조성 차원에서 교통정책의 기본방향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대중교통 우대 정책을 추진, 대중교통이 편리성, 신속성,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통안전교육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교통수요관리 정책도 지속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이상의 관점에서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교통 문화운동을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성 회복운동으로 승화시켜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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