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영 울산 남구의원

의원이 되기 전에 교육회사의 지역 국장으로 약 20년간 근무하며 제일 많이 만났던 사람들이 경력단절여성이었다. 지금에서야 전문용어처럼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때는 결혼하고 출산을 하고 어느 정도 아이들이 자랐을 때 다시 일을 하고자 직장을 구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바로 그 분들이 경력단절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약 20년 간 조직 관리를 하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은 대상들의 변화였다. 1997년부터 국장을 하며 교사를 채용하는데 2000년 중반까지 만해도 대학 새내기나 미스들이 지원자가 많았다면 어느 순간 출산 후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자 하는 소위 경력단절 여성들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교육회사가 남자선생님보다 여자선생님 지원이 많은 업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어느 한 영역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는 없으나 실제 울산 여성들의 경제활동변화에 관한 현상을 어느 정도 감안해 볼 수 있다. 약 20년 전에 대학새내기의 선생님 지원 비율과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이 5대5 정도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매년마다 경력단절여성의 지원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얼마 전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일·가정 양립을 기반으로 한 울산시 여성인력 활용방안 연구’를 바탕으로 경력단절 원인, 일자리 및 관련 정책욕구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울산지역 취업희망 여성들이 뽑은 경력단절의 가장 큰 요인은 결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임신, 출산(15.7%)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만 본다면 예전보다 결혼과 출산율이 낮은 요즘 상황에서 좀 의아하기도 하지만 실은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에 관한 부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결과들은 울산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전국에서 경력단절여성비율이 제일 높은 도시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제는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약 10년 정도 울산이 1인당 개인소득이 전국에서 1위를 차지하였음에도 울산이 빈부의 격차가 제일 심한 도시 중 하나다.

실제 소득이 높아서 결혼하고도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의 비율보다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뒤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여성들 즉 경력단절여성들이 울산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기회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교육회사 재직 당시 결혼 후 아이를 초등학교 5학년 정도까지 키우고 경제적으로 가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고자 면접을 보러 온 한 여성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거의 10년 이상 사회활동을 안 하다 일을 하려는데 마음먹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면접 보러 오기까지도 어려웠고 또 정작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지금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입니다”

일을 시작했다가도 가족들과 가정환경 등 여성으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문제로 다시 경력단절여성으로 되어 버리는 여러 상황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한 계기가 되었다. 미미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도시나 비슷하겠지만 경력단절여성들이 일자리를 갖고자 하는 이유가 ‘생활비 마련’이 30.8%로 가장 많다. 자아실현(20.2%)이나 자녀 사교육비 마련(16.3%) 등이 뒤를 잇고 있으나 결국 자녀교육비도 생활비에 포함시키면 거의 50% 가까운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가정에서 중심적인 경제활동이 되는 변화도 볼 수 있다. 취업 결정시 임금이나 수입이 36.7%로 가장 많았고 근로시간 등 근무여건(25%), 고용안전성(11.5%) 등을 보았을 때 경력단절여성들이 다시 일하고자 마음 먹기도 힘들지만 마음 먹고 일하고자 할 때 정규직이든 시간제 등 원하는 일을 안정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이번 조례로 그 기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남구뿐 아니라 울산시와 전 구군에도 경력단절여성 등에 관한 경제활동촉진 조례가 제정돼 이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든든한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미영 울산 남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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