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석공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하지대왕의 왕사로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사물국 와룡산 백천에 살고 있는 명림원지라는 분으로 명성이 높아 와륵선생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우사가 물었다.

“그 분은 어떤 분입니까?”

“명림원지는 유불선을 아우르고 천문지리와 병법에 통달한 자로서 능히 마마를 대업으로 이끌 분입니다.”

“하지만 석공스님보다 뛰어나진 않겠지요.”

“저는 그에 비하면 태양빛에 반딧불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보다는 열배나 현명한 분입니다. 주무왕의 강태공, 한 유방의 장량, 고국천왕의 을파소, 촉한의 제갈량의 맥을 이을 인재입니다. 제가 서서 겨우 백리를 본다면 그는 앉아서 천리를 보는 분이지요.”

“헌데 와륵선생은 출사를 하지 않고 왜 와불산 백천에 사시는 것입니까?”

“명림원지는 원래 이름난 고구려의 국상 명립답부의 후손으로 고조부 때 역모에 연루돼 집안이 모조리 숙정을 당한 뒤 남하해서는 일절 정가에는 나가지 않는 것을 명림가의 가훈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를 왕사로 모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은 소승도 모릅니다. 제의 환공이 삼훈삼목하고 관중을 맞는 것이나 고국천왕이 농사짓는 을파소를 세 번 찾은 삼고농을, 유비가 제갈공명을 맞기 위해 삼고초려한 정성으로 그를 찾는다면 응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왕이 말했다.

“저는 환공과 고국천왕, 유비와 같은 제왕호걸도 아닌데 저의 무엇을 보고 명림원지가 출사하겠습니까.”

“그것은 대왕의 홍복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먼저 원지에게 대왕이 방문할 거라는 기별을 넣어 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헌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건길지의 말로는 석공스님이 천축에 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연 사실인지요?”

“그건 다음에 만날 때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그럼, 나가서 가야왕자 칠불부처님을 뵈러가지요.”

석공스님과 하지왕, 우사와 모추는 아자방을 나와 대웅전에 모신 칠불부처에게 참배를 했다. 이들 가야인들은 말하지 않아도 칠불부처가 김수로왕의 일곱왕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허왕비과 그 아들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야국을 세운 김수로왕은 어찌된 영문인지 왕비 맞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금관가야의 씨족장인 구간은 회합을 마친 후 왕에게 나아갔다.

중신 아도간이 왕에게 말했다.

 

우리말 어원연구

사물국: 현재의 사천.

삼훈삼목(三薰三沐): 세 번 향으로 몸을 정하게 하고 세 번 목욕한다는 뜻. 제의 환공이 삼훈삼목 한 뒤 관중을 맞이한 데서 나온 고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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