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치 임단협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했다. 지난해 말 도출했던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한달 만이다. 9일 조합원 찬반투표가 예정돼 있다. 이제 조합원들도 노사 대표의 끈기있는 노력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노사한마음으로 위기극복에 나서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악화일로의 지역경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잠정합의안대로 임단협이 마무리되면 4000여억이 지급된다. 설을 앞둔 지역경제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조선업의 글로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도 조선업이 일감부족으로 사상 최대의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분기 대규모 적자를 예상한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죽하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겠는가. 사실상 일시금 및 성과금은 언감생심이다. 조선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은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최대치 이상이다. 예상보다 더딘 업황회복으로 대우·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조선업계 전체가 일자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가 아닌가.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일시금 200%+450만원 지급 등의 2차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도 현대중공업이 한발 빠른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노조의 선택에 현대중공업의 미래가 달렸다. 이번 합의를 놓치면 앞날은 예측불허다. 4개월 뒤 ‘3년치 협상’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임단협을 가결한 분할 3사와의 이해관계도 풀기 어려운 실타래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인내도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후 거리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에는 서민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노조의 위상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조합원을 대표한 집행부의 고심어린 판단이 또다시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노조의 조직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집행부를 다시 구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사측의 협상 파트너로서 신뢰감과 대표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 들어 간간이 수주소식이 들린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보다 76% 높은 132억달러로 잡았다. 수주에서 생산까지 2~3년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내후년부터 희망이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올해를 잘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환율 하락,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노사한마음으로 위기극복에 나서지 않으면 올해를 넘기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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