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펜스 부통령 방한 이어...北 김여정 9일 방남 예정
사실상 최고위급 외교전...양측의 대화 끌어낼 기회

평창동계올림픽을 무대로 문재인 정부의 ‘평창외교전’이 예상보다 확대, 북·미 중재외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정치 상황에서 미묘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예정대로 개회식 참석이 확정됐다.

이에따라 국내외적으로 평창올림픽무드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미가 사실상 최고위급 외교전에 나서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보일 ‘중재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조명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미국 행정부의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8일 방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분신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9일 방남할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한반도 정세의 향방을 좌우할 뜨거운 외교의 무대로 떠올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말인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북한 대표단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정을 공개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으로 꾸려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사흘 일정으로 9일 전용기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방남한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김여정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규정하는 가장 큰 대립축인 워싱턴과 평양이 대화의 접접을 찾도록 중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무엇보다 북미가 서로를 향한 기존의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식의 미묘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강력한 대북압박 기조를 확인했지만 워싱턴에서는 “지켜볼 것(We’ll see)”라는 메시지가 연이어 발신되고 있다. 북한은 외무성 당국자의 입을 통해 “남조선 방문 기간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의 방남 자체가 대화로의 국면전환을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양측으로부터 나오는 복잡한 반응은 결국 북미 양측이 평창 참가에 앞서 서로의 의중을 떠보는 고도의 신경전 성격이 짙어 보인다. 여기엔 북미 양측 모두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상황관리가 어려워지고 외교적 출구도 찾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결국 북미 양측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적절히 체면유지를 하면서 대화의 운을 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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