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40∼60% 껑충…축산물·과일류는 보합세

오랜만에 된장국을 끓여볼까 하는 생각에 지난 9일 마트에 들른 주부 박모(47)씨는 애호박을 들었다 놨다 하며 구매를 망설였다.

개당 가격이 한 달 전보다 1천원 넘게 뛴 2천600원이었다. 1주일 전보다도 400원 넘게 올랐다. 저녁 메뉴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다른 채소 가격도 엇비슷해 결국 애호박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박씨는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설을 생각하면 시름이 더 커진다.

지난달 하순부터 20일 가깝게 이어진 한파는 설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가정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매서운 추위 탓에 시설하우스 재배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가 난방용 연료 사용량이 늘면서 채소 가격이 급속히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 달 전 10개에 9천800원 하던 오이는 1만5천500원으로 57.7% 올랐다. 애호박은 개당 1천600원에서 2천640원으로 64.7% 인상되는 등 채소류 중에서는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한파로 인한 냉해 탓에 생산량이 줄었고, 시설하우스 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난방비를 많이 쓰다 보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한 달 새 시금치도 ㎏당 5천270원에서 6천140원으로 16.5% 올랐고 무도 개당 1천680원에서 2천510원으로 49.1% 껑충 뛰었다.

파는 ㎏당 3천원에서 4천20원으로, 미나리는 ㎏당 8천640원에서 9천240원으로 각각 34.3%, 7.1% 인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번 냉해를 입은 작물은 일조량이 많아지고 기온이 올라간다고 해서 생산량이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축산물이나 과일 가격은 그나마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우 불고기용은 한 달 전 100g당 4천900원에서 4천550원으로 7% 내렸고, 돼지 목살은 100g당 1천790원에서 1천770원으로 1.2% 하락했다.

닭값은 마리당 4천760원에서 4천590원으로 3.5% 떨어졌고, 30개들이 계란 1판 가격도 5천400원에서 5천300원으로 1.8% 내렸다.

사과값은 10개 기준 같은 기간 2만260원에서 2만1천130원으로 4.3% 소폭 올랐지만 배값은 10개 기준 2만8천400원에서 2만7천750원으로 2.4% 내렸다.

한파로 고객의 발길이 뜸해 울상을 짓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부권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의 한 상인은 “뼛속까지 스며들던 추위가 어제부터 좀 수그러들어 다행”이라며 “손님들이 북적거려 설 특수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 성수품 구매 비용은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보다 전통시장이 저렴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온누리 상품권 할인율을 확대하거나 전통시장 장보기·점심 먹기 행사를 여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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