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길흉화복은 신의 영역이라지만
신중히 처신하여 실수가 없게한다면
외부환경도 긍정적으로 작용할듯

▲ 박기준 울산YMCA 이사장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새해가 한달 넘게 지났다. 새로운 시작은 힘든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덜 힘든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설레임이 있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돌아 다시 공전을 시작했을 뿐인데 인간이 지혜로서 연속적인 시간의 마디에 부여한 의미 때문에 우리의 마음과 일상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평가도 다양해 영상과 글들이 유령처럼 떠다니면서 극한 대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분노와 불신의 시대, 무거운 주제들이 넘쳐 난다. 핵과 미사일, 청년 실업, 경제 불안, 나라간의 대립, 정치적 다툼, 수사와 재판, 화재, 각종 사건 사고 등. 실타래 같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어떠한 도전과 어려움이 있어도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면 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언론 지면상에 보인다. 그러나 일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작용할 지 예측은 어렵다. 가정, 직장, 사회, 국가, 지구촌으로 확장하면 각자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평화, 사랑, 번영, 희망 등을 실어 축포를 쏘지만 현실은 미사여구로 해결되기에는 만만하지 않고 냉혹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치열한 경쟁,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신앙에 의지하고, 심지어 점술가를 찾는다. 네트워크를 만들어 관계에서 위안을 얻고, 취미에 몰입한다. 확실한 해답은 없다.

요즘은 운자생존(運者生存)이라고 한다. 어제의 영광이 오늘의 불행으로 바뀌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것을 목도하게 되면서 생긴 말일 것이다. 노력하는 것보다 운이 좋아야 잘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각광받는 인터넷 기업 창업자들도 자신의 성공은 운좋은 발견 덕이라고 말한다. 겸손의 말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행운의 여신 티케(Tyche)는 부와 번영을 주관한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Apuleius)는 행운의 여신을 눈이 없는 장님으로 묘사했다. 행운의 여신이 무작위로 인간을 선택하는 것에서 그렇게 묘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세상의 길흉화복은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행운의 여신은 미리 준비하고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골라 파멸시킨다고 한다. 행운이 내게로 다가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믿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하고, 해맞이 소원을 빌고, 심지어 부적을 몸에 지니거나 길한 숫자를 비밀번호로 하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등. 이러한 것들이 운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믿는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과 자신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터이니.

신중하게 처신하고, 자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운을 좋게 하고, 스쳐가는 행운을 잡을 수 있는 준비가 아닐까 한다. 한마디로 자중자애(自重自愛). 신중하게 처신하니 실수가 없게 된다.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일을 하니 외부 환경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주위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지만 최선일 것이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누렁개의 해에 자중자애로 나아간다면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내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박기준 울산YMCA 이사장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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