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 기자

지난 9일 정오께. 울산 남구 달동 뉴코아아울렛 건물의 전면과 후면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길이 측면에서도 조금씩 나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한 남성이 통제선을 넘어 화재현장으로 뛰어갔다. “제발 측면 불길을 잡아주세요. 드라이비트 소재라 번지면 큰일 납니다.” 옆 건물 관리인인 이 남성이 발을 동동 구르며 눈에 보이는 소방대원들에게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통제선 밖으로 나가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왜 측면엔 물을 뿌리지 않느냐”며 소방당국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측면 창문에서 뿜어져 나온 화마(火魔)는 불과 2~3m 떨어진 옆 건물을 덮칠 기세였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인근에 있던 고가사다리 차량을 옮겨와 소화전과 연결하고 측면 진화를 시도했다. 화재가 발생한지 1시간30분을 훌쩍 넘긴 뒤였다. 소방용수가 부족한 탓인지 물이 나오다 멈췄다를 반복하며 주위 사람들을 답답하게 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불길은 옆 건물로 번지지 않았다. 만약 강한 바람이 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불길이 측면 창문을 타고 옆 건물로, 그리고 다시 옆 건물로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옆 건물 외벽 소재가 순식간에 건물을 집어 삼켜 대형참사를 일으킨 제천 스포츠센터 외벽과 같은 드라이비트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허석곤 울산소방본부장은 김기현 시장에게 현장상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옆 건물 외벽 소재가 드라이비트 아닙니까”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불길로 검게 그을린 옆 건물 소재는 드라이비트였다. 옆 건물 관리인의 절규를 비웃기라도 하듯 드라이비트 소재라는 사실이 전혀 전파되지 못한 듯 싶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2층 여탕에 사람이 많다는 시민들의 절규를 소방이 제대로 듣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던 것처럼 이번에 울산소방도 시민의 절규에 귀를 막았다. 하늘이 도왔기에 망정이지 옆 건물로 불길이 번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왕수 사회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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