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우리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이 페트다. 또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것 중 하나가 페트 물병이다. 페트 물병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가볍고 주위에 흔한 것, 쉽게 사용하고 여기저기 버려서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의 이미지가 보통이다. PET를 사람들은 보통 페트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이름이 생소할 뿐 아니라 길고 어려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페트란 말은 90년대 말까지도 일부의 전문가들만이 사용하고 일반인들은 쓰지 않던 말이다. 페트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에는 페트외에도 비료포대, 보일러 난방 배관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18ℓ 한말짜리 큰 물병, 고속도로 방음벽 등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도 있다. 페트는 투명하고 깨끗한 수지임에도 그 어떤 유해물질도 아직 보고된바 없는 생활친화형 수지다.

국내에서 페트병이 처음 생산된 것은 1978년경으로 간장병과 물병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 물병은 물론이요, 콜라, 사이다, 주스, 음료수, 최근에는 포장재로 딸기, 사과 등의 과일, 과자, 식품, 전자 제품포장 등의 수많은 용도로 사용된다. 이렇게 많은 용도에 사용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유리같은 투명함과 아무 것도 검출되지 않는 무해성, 친환경성에 더하여 저렴한 가격이 주요인일 것이다.

페트병은 페트 수지를 만드는 회사와 병을 찍어 물을 넣는 회사가 다르다. 병을 만들어 빈병을 음료회사로 운송하면 운반비가 병값보다 더 들기 때문에 보통 물이나 음료수를 담을 공장에서 페트 수지를 녹여서 병을 만들고, 그자리에서 바로 음료를 담는다. 사람들이 손에 많이 들고 다니는 작은 물병은 0.5ℓ로 병 하나에 페트 수지는 28g이 들어간다. 1.5ℓ 큰병에는 50g 페트 수지가 필요하다. 물병이나 콜라병은 표면이 울렁울렁한데 오렌지나 감귤같은 주스병은 사각모양이면서 딱딱하다. 그래도 같은 페트일까. 그렇다, 열처리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일뿐 두가지 병은 완전히 같은 물질이다.

콜라병과 사이다 병은 그 속에 들어 있는 탄산성분 때문에 압력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병 모양을 사각으로 할 수 없고 둥글게 만든다. 코카콜라의 콜라병은 4기압까지 터지지 않아야 하는데 4기압은 의외로 높은 압력이다. 콜라가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도 터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페트 수지로 병을 만들어 몇 기압에서 터지는지 실험해 보면 보통 10기압 이상까지 터지지 않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페트병과 옷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섬유는 같은 것이다. 색깔만 다를 뿐 같은 물질인 것이다. 페트병을 모아서 녹이면 다시 페트 수지가 되는데 이걸 녹여서 실로 만들면 폴리에스터 섬유가 된다. 폴리에스터 옷은 아름답게 입기 위해 염색해 가공을 한 것이고 실 자체의 원래 섬유는 페트와 차이가 없다. 사용한 페트병을 모아서 실도 만들고 또 옷도 만들어 입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알뜰하고 친환경적인가. 사용한 페트병을 실로 만들어 옷으로 재생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회수해 재생하는 것에는 경제성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페트를 회수, 재사용한 섬유로 옷을 만들어 팔면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친환경 페트에는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바이오 페트가 있고 기능성 바이오 페트섬유도 있다. 100% 옥수수를 원료로 해 PLA라는 섬유를 만들기도 한다. 남구 용연의 한 기업은 친환경 페트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고 상업 생산해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고 울산의 자랑이 아니겠는가. 울산에서 유명한 것은 반구대 암각화와 장생포돌고래, 1000m 이상의 산 말고도 울산의 공단야경이 있는데 그 야경을 만들어 내는 공장에서 페트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생산된다. 울산에 생산공장만 5개가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페트 수지로 전부 물병을 만들면 하루 생산량만으로도 1억개를 만들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 소금이 제일 많이 나는 곳도 신안이 아니라 울산이란다. 소금공장 때문에, 울산시민은 페트 만으로도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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