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끝) 새인물·새문화 - 받아들일 토양만들자

외부 전문가에 대한 경계 풀고
소통과 교류로 문화풍토 개선
건전한 비평문화로 창작 활성화
미래발전 위한 청년문화 육성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수도 울산이 문화도시를 지향한 지 십수년이 지났다. 향락위주 소비도시 이미지를 벗고 여유롭고 품격있는 풍토를 만들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해마다 늘렸다. 실질적으로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축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행사가 큰 폭을 성장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의 문화예술은 그 동안의 노력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거두지는 못했다. 베이비부머와 청년층의 탈울산이 가속되고, 울산혁신도시 공공기관 근로자들도 척박한 문화풍토를 내세워 가족단위 울산이주를 꺼리기도 했다.

문화도시는 양적 성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기반 위에서 새로운 시도로 성장하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성숙하는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문화예술계가 새로운 토양을 만들자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소통과 교류로 지역문화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와 예술이야말로 도시민의 정주의식을 높이고, 인구유입까지 꾀할 수 있다며 이제는 도시문화의 틀을 깨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문화는 다양성이 담보될 때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타 지역 인사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부터 취하는 풍토가 개선돼야 한다. 시군 단위의 문화예술기관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예전보다는 나아졌으나 외지 전문가에 대한 텃세로 인해 여전히 적지않은 갈등이 생겨난다.

한 문화예술 전문기관 대표는 “외부 인사가 울산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충분히 펼쳐보이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지역에서 보다 다양한 문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외부 전문가를 배척의 대상으로 보지말고 친울산 전문가로 이끈다면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화예술인들은 성숙하고 건전한 비평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울산의 비평문화 부재는 지역예술인의 창작활동이 대부분 지자체의 예산지원으로 진행되는 이유도 크다.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좋은 평가와 실적이 요구되는데, 그러다보니 각종 문화사업이 마무리될 때마다 ‘쓴소리’를 내놓지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 문화비평가는 “익년 예산지원 문제가 걸린 평가의 자리에서 지적을 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지역문화가 보다 발전하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건전한 비평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 평가단 역시 단순히 점수만 책정할 게 아니라 좋았던 점, 부족한 점을 기록으로 남겨 지역문화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래 울산을 위한 청년문화육성도 제시됐다. 그 동안의 울산문화는 청년 혹은 신진예술가가 자리를 잡기가 힘든 구조였다. 각종 예산지원제도가 실적있는 기존 예술단체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경험이 없거나 인맥이 얕은 청년예술가들의 진입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행히 수년전 시작된 신진예술가 지원과 청년문화 양성제도가 그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어 이같은 제도를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청년예술가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시니어팀과 신생 단체간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공모사업이 다양해지고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등 여건이 좋아졌지만, 숙련된 중장년층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늘 아쉽다. 신구 문화예술단체들간 커뮤니티 활성화가 지역문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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