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동 뉴코아아울렛 화재

▲ 지난 9일 뉴코아아울렛 울산점 화재현장에서 불길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자 구조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남구 달동 뉴코아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2월9일자 인터넷판 보도)를 진압하는 과정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됐다. 소방용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진화 장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가 하면 바로 옆 건물 외벽 소재가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라는 사실도 파악이 안돼 있었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지역 화재 진화시설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소화전 부족·수압도 약해
사다리차 제대로 활용 못해
드라이비트 외벽 옆 건물
하마터면 대형참사 이어질뻔

◇‘찔끔찔끔’ 진화, 소화전도 부족

소방당국은 이날 초기 진화 당시 건물 전면 및 후면에 각각 한 대씩, 고가사다리 차량 두 대밖에 활용 못했다. 이 중 한 대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 와중에 소방호스가 끊어져 교체를 위해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물이 찔끔찔끔 나오기도 했다.

약 1시간30분이 흐른 뒤 고가사다리 차량 두 대가 추가로 투입됐지만 소방용수 부족으로 물이 나오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오후 1시께 고성능화학차도 진화작전에 투입됐지만 쏘아올린 물이 10층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해 물만 축냈다. 일부 다른 소방차량도 3~5층 높이로 잠시 물을 쏘아올리다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부 시민은 “차량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화재현장에 투입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허석곤 울산소방본부장은 화재 현장을 찾은 김기현 시장에게 “고층이다 보니 고압으로 물을 뿌려야 한다. 하지만 소화전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화전 부족현상도 나타났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이 관리하는 소방용수시설(소화전 등)은 관내 2691개다. 소화전의 경우 보통 한 곳당 반경 약 100m를 담당하며, 도심일수록 촘촘하게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날 건물 뒤편에서 측면 진화를 담당한 한 소방차량은 약 180m가량 떨어진 소화전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었다. 당시 소방대원이 가장 가까운 소화전을 찾지 못했거나 반경 100m 이내에 소화전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물 전·후면에서 주력 진화용으로 활용된 고가사다리 차량 2대 역시 여러 개의 소화전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았지만 충분치 않다보니 중간중간 물이 끊겼다. 특히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고가사다리 차량 4대도 제대로 운용하기 힘든 현실을 이번에 확인한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다중이용시설 현황파악 우선돼야

남구청에 따르면 뉴코아아울렛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의 측면 외벽은 드라이비트 소재다. 화마가 순식간에 집어삼킨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통해 드라이비트 소재의 위험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화재에서 소방당국은 바로 옆 건물 외벽 소재가 드라이비트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옆 건물 관리인이 드라이비트 소재임을 소방대원에게 수 차례 밝혔지만 이 사실이 울산소방본부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드라이비트는 2000년대 초반께부터 저렴하면서 단열 성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사용됐지만 화재시 불쏘시개로 작용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일일이 건축물 대장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울산에 드라이비트 건물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중이용시설 등 유동인구가 많은 건축물에 대한 신속한 현황파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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