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탄탄한 창업생태계 필수

 

울산 청년창업 생계형 위주
통신판매 1위·한식업 2위
아이디어·기술 기업 위해
인력·금융등 지원 현실화
실패후 재도전 기회 늘려야

‘창업하고 싶은 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지원 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탄탄한 창업생태계 구축은 필수며, 실패를 용인, 성장과정으로 봐주고 재기를 돕는 창업문화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행정이 창업의 현실 속에 보다 깊숙이 들어가 정확한 실태파악과 진단을 통해 울산형 창업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산업 발전형 창업률 저조

정부는 다양한 정책으로 청년창업을 독려했다. 4차산업 바탕의 기술형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청년 중소·벤처기업 창업을 육성해 높은 청년실업률과 정체된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현재 청년창업시장은 기술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비중이 월등히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대 청년창업의 과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창업 중 벤처기업, 이노비즈 기업, 경영혁신형 기업 등 혁신형 창업으로 인증을 받은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청년창업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울산은 특히 타도시보다 이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국세통계로 보는 청년 창업활동’을 보면 2016년 울산의 청년창업은 5052건이다. 창업 1위는 통신판매업(708건)이었고, 한식업(594건)과 커피숍(132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면서 청년층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IT 개발·공급 분야’의 창업은 모두 32건에 그쳤다. 서울(1274건)과 경기(840건)에 비교하면 10~15% 수준에 불과하고, 부산(125건), 대구(102건)이 비해서도 20~30% 수준이다. IT분야 산업와 게임·웹툰 산업 모두에서 타도시에 크게 뒤처지는 모습이다.

지역의 한 창업지원기관 책임자는 “비교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통신판매업이나 소규모 점포 등에 청년창업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IT분야 등 4차산업 창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시가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작정 독려는 금물

울산의 청년창업 성공률은 매우 낮다. 치솟는 청년 실업률에 청년들이 자의반 타의반 창업시장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울산의 청년 창업 성공률(5년간 지속 운영)은 10%대에 불과하다. 무작정 창업하라고만 등 떠밀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많지는 않지만 울산에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용자의 상품 후기를 분석해 반려동물의 특성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분석툴을 개발하는 ‘(주)엔스푼즈’, 프로필 카드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HOPS(홉스)’, 전기절감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주)유아이’, 드론산업에 뛰어든 ‘스카이시스’ 등이 맨주먹으로 창업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들 회사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또다른 모범 창업사례가 잇따르기 위해서는 청년창업 지원정책이 더 현실화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 ‘밑빠진 창업’에 예산만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인력 공급과 금융 및 다양한 지원책으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튼튼한 창업생태계가 최우선으로 구축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한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드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 창업을 하려해도 ‘하지 말라’ 중심으로 짜여진 관련 법과 시행령이 창업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실패를 용인할 줄 아는 창업문화 조성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패자부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도록 ‘실업급여 강화’ ‘회생·파산제도 개선’ ‘세금환급’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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