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우승한 테드 포터(미국)는 “믿을 수 없다. 힘든 나날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포터는 지난 2012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우승 이후 무려 5년 7개월 만에 PGA투어 대회 정상에 다시 섰다.

올해 34살의 포터는 PGA투어에서 그동안 잊힌 존재였다. 

2012년 첫 우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장래가 촉망되던 신인 선수였다.

2013년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해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필 미컬슨처럼 오른손잡이지만 아버지의 스윙을 마주 보고 따라 하다가 왼손잡이 골퍼가 된 그는 그러나 미컬슨과 달리 불운과 역경을 견뎌야 했다.

2014년부터 불운이 시작됐다.

호텔 근처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그는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포터는 “참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사고였다”고 회상했다.

후유증은 컸다. 수술을 받고 재활에 나섰지만 다시 코스로 돌아오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PGA투어 카드를 잃은 그는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어야 했다. 작년에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14위로 간신히 PGA투어에 복귀했다.

하지만 PGA투어는 녹록지 않았다. 8개 대회에 출전해 6번 컷 탈락했다.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라야 공동 13위와 공동 73위에 불과했다.

그는 AT&T 프로암 최종 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과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세계랭킹 246위의 그는 존슨의 이름값이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출전한 PGA투어 대회에서 절반은 컷 탈락했지만 존슨은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17승을 올린 비교 불가 대상이었다.

존슨의 무시무시한 장타 앞에서 주눅이 들지도 않았다. 존슨은 PGA투어 장타왕을 다투지만 포터는 장타 순위 178위(평균 286.8야드)에 불과하다. 

2번홀(파5)에서 존슨이 321야드의 장타를 터뜨릴 때 포터의 티샷은 273야드 밖에 날아가지 않았다.

그는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이 열린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은 비거리가 짧은 자신에게 불리한 코스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출전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글라스를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하게 경기를 펼친 포터 앞에서 오히려 먼저 무너진 쪽은 존슨이었다.

승부처는 7번홀(파3)이었다.

포터와 존슨은 모두 그린을 놓쳤다. 먼저 칩샷에 나선 존슨은 홀 1.2m에 붙였다. 포터의 칩샷은 홀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버디였다.

6번홀까지 2타를 줄인 포터는 이 버디로 존슨과 격차를 3타로 늘렸다. 존슨은 이후 한 번도 이렇다 할 추격전을 펼치지 못했다.

포터는 7번홀 버디 이후 11개홀을 파로 막아내며 5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꽉 붙들었다.

“누구나 다 존슨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면서 “세계 1위 선수와 맞대결한다고 나 스스로 다그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 골프만 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행복하다. 오늘 엄청난 일을 해냈다. 그것도 세계랭킹 1위를 상대로 해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존슨은 “오늘 그를 더 압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포터는 이날 우승으로 앞으로 2년 동안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마스터스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벌 상금 총액의 절반가량인 우승 상금 133만2천 달러라는 거액을 받았다. 세계랭킹도 73위로 도약했다.

불운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달려온 끝에 맺은 달콤한 열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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