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수여식 축사 전문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울산광역시 울주군 'UNIST(울산 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학위수여식을 마치고 졸업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학사모를 던지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울산과학기술원을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창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산과학기술원에 들러 창업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들러 척추손상 치료용 패치, 자전거용 스마트폰 거치대, 공기 청정기 등 이들이 제작한 전시품 등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 시간가량 학생 창업가와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오찬을 함께하면서 창업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 축사 전문-

여러분, 축하합니다.

먼저 유니스트 졸업생 여러분의 새로운 출발을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학부모님들, 총장님과 교수님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유니스트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울산시와 울산시민 여러분도
오늘 이 졸업식의 주인공들이십니다.

유니스트에 와보니 
과학의 미래로 성큼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캠퍼스에 있는 아홉 개의 다리 하나하나에, 
우리 학생들이 노벨상을 받으면 그의 이름을 붙일 것이라, 들었습니다.

오늘 과학의 열정으로 빛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니, 
멀지 않은 날 새로운 다리를 더 많이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다리라면, 
정부가 얼마든지 비용을 대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 있습니까?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유니스트는 
울산시민의 염원과 국가균형발전의 꿈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3년 전, 울산시민들은
‘울산국립대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역 국립대 설립운동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그때까지 울산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국공립대학이 없는 곳이었고,
지역 국립대 설립은 울산시민들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당시 이미 대학 정원이 초과된 상황이어서 
국립대 신설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국정철학에 따라,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민들의 여망을 받아들여 울산과기대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할 때 
울산과기대를 과기원으로 승격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이루어진 유니스트의 도약은 참으로 눈부십니다. 
울산시민들은 지금도 유니스트를   
울산광역시 승격 이후의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유니스트의 설립과 도약에 힘을 보탠 것에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비약적인 발전으로 
국가와 울산시민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세계는 지금 
인류사에 유례없는 지식의 폭발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새로운 시대 앞에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426명의 탁월한 교수님들과 함께  
미래를 향한 과학기술의 항로를 따라왔습니다.  
13만여 권의 종이책과 43만여 권의 전자책, 
100여 대의 가상화 기기를 갖춘 유니스트의 학술정보관은 
든든한 돛이 되어주었습니다. 
세계에서 4대뿐인 투과전자현미경,
국내 유일의 초정밀 나노가공기, 이미지 질량분석기는 
정확한 나침반으로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최고의 뒷받침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여러분의 앞길이
순탄할 수만은 없습니다. 
실패도 겪고 좌절도 겪을 것입니다. 
때로는 실패가 성공보다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저도 살면서 실패가 많았습니다.
대통령 당선도 재수로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은
결코 실패 그 자체가 아닙니다. 
실패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실패는 오히려 우리를 더 성장시켜주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대통령 문재인은 
제 개인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대통령 문재인은 마음을 나누고 도움을 준 
수많은 ‘우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자리도 
여러분 자신의 노력에 많은 도움이 더해져
함께 이뤄낸 것입니다.
유니스트와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키워주었습니다. 
청소하는 분들, 경비원, 조리사, 영양사, 시설관리자들이 흘린 땀도
여러분의 성취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잊지 않고, 
‘나와 함께 하는 우리’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성공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힘들 때
오늘 유니스트에서 받은 격려와 응원을 떠올려주십시오.
외롭게 느낄 때가 있다면
오늘 저의 축사도 기억해 주십시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실패해도 다시 함께 할 친구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저는 여러분에게서  
사람을 생각하는 과학의 길을 봅니다.

2011년에 만난 유니스트 최초의 학생창업기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개발 기업이었습니다. 
오늘 다시 만나보니, 
모바일 광고 어플, 꽃배달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더해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해외투자금을 유치하는 회사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육아에 지친 부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지켜주는
스마트 베개를 발명한 학생도 있고,
반려동물 용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며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여러분과 같은 열정으로 세계에 도전하는
다양한 전공의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 열정과 꿈들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사람을 위한 과학은 
인류를 위한 대한민국의 과학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과학의 성취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과 세계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12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했을 때
선수들을 돕고 있는 과학기술의 힘을 보았습니다. 
지금 강원도 평창의 올림픽을 
최첨단 ICT올림픽으로 만들고 있는 힘도 과학기술입니다.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과학기술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LED 디스플레이로 펼쳐진 디지털아트와
증강현실(AR)로 되살아난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세계 최초로 시범을 보인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결합된 ‘평화의 비둘기’ 공연은
정말 가슴 벅찬 ICT 기술의 향연이었습니다. 
천2백18개의 드론이 밤하늘에 오륜기를 만들어냈을 땐 
저게 그래픽이 아닌 현실인가,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에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결합하면서, 
우리는 전세계가 경탄하는 환상적인 개막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세계를 전진시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과학이 인류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개선하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과 유니스트 관계자 여러분,

이곳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입니다.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20%를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젖줄입니다.
유니스트를 통해 유능한 인재들이 울산에서 자랐습니다.
그 인재들이 다시 지역에서 취직하고 연구하고 창업해서
울산 경제의 새로운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무대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러분을 키워준 지역에 기여하는 것도 여러분의 몫입니다.
지역발전이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유니스트는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울산의 인재들을 미래과학자로 길러왔습니다.
창업 캠프를 운영하며,  
재학생은 물론 울산 지역의 청년 예비창업자들에게도
기업가로서의 협력정신과 도전정신을 북돋아왔습니다.
유니스트를 졸업한 후 울산에 자리잡고
취직과 연구, 창업을 하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유니스트와 같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지역 인재양성과 산학협력을 이끌도록 할 것입니다.
지역대학과 공공기관, 지역 기업들의 연계를 통해
지역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울산의 제조업에 4차산업혁명을 접목시켜 
산업수도 울산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유니스트가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학부모님, 교수 여러분,

우리의 소중한 딸과 아들들이 
이곳 유니스트에서 공부하여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제 각자 새로운 길을 걷게 됩니다.
설레는 세상이 우리의 졸업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기 바랍니다.
그러나 나만을 위한 길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과학이 공동체의 삶 속에서 빛나기 바랍니다.

더 많이, 더 자주 친구의 손을 잡을 때
여러분의 성취도 더 아름답게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더불어 잘사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어주기 바랍니다.

여러분, 새로운 시작을 맞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다함께 축복을 보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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